머크는 우주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고순도 결정으로 제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일라이릴리는 미세중력을 이용해 당뇨병 치료제 등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조영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16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 플렌티컨벤션에서 열린 가톨릭우주의학연구센터 개소식 기념 심포지엄에서 "빅파마들이 우주의학 연구에 뛰어들고 있고 미국, 일본, 유럽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비행사 조니 김을 비롯한 10여명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바이오헬스 분야 기술은 향상되고 있지만 우주와 접목했을 땐 아직 일천한 수준"이라며 "지구에서 바꿀 수 없는 상수인 중력이 우주에서는 변수가 되며 과학은 변수에 따른 y값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우주의학 연구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주의학 연구가 성과를 거두려면 우주 환경에 대해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규성 인하대 의대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교실 교수는 "우주 기술과 지상 기술은 구별된다"며 "지상 기술이 궤도에서 검증돼 해당 물질을 지구로 가져와도 약으로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궤도 검증에서 기술성숙도(TRL) 7인 우주 기술이 지구에서는 2나 3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머크는 우주에서 고순도 결정을 만들었지만 결정을 지구로 가져와 의약품에 적용하는 건 아니다. 머크는 우주에서의 연구를 노하우 삼아 지상에서 고순도 결정을 만드는 공정을 개발해 효과가 개선된 제형을 개발했다. 우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연구 결과를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우주의학 분야는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국내 우주의학 분야는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미래가 밝을 것”이라며 “한국은 지상 기반 기술에 굉장히 강하며 우주항공청 리더십은 앞으로 발전할 것이고 산업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주의학 연구의 난이도를 감안했을 때 소수 연구자들이 미래에 성과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의학 연구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경험을 누적하기 어려우며 논문이나 지적재산권 등의 성과를 도출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병목 구간을 통과하는 코어 그룹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