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토어스 의학연구소와 베일러 의대 공동연구팀이 플라나리아의 줄기세포가 주변에 접촉한 세포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제어돼 뛰어난 재생능력을 발휘한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1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에 공개했다.
줄기세포는 다른 세포로 분화되기 전의 세포다. 줄기세포가 우리 몸의 어느 부위에서나 원하는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물체에서 줄기세포 분화는 '니치(niche, 틈새)'라고 부르는 주변 세포 환경에 영향받는다. 특히 물리적으로 접촉한 세포가 보내는 신호가 세포 분열 시기와 분화 방향 등을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인간의 혈액 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는 기본적으로 골수 안의 니치에만 존재하며 혈액 세포만 만들도록 조절된다. 줄기세포 분화나 증식이 통제를 벗어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몸길이 약 1cm의 작은 동물인 플라나리아는 뛰어난 재생 능력 덕분에 생물학·의학 분야에서 과학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는다. 성체 플라나리아의 줄기세포는 모든 유형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활성을 파악할 수 있는 '공간 전사체학' 기술을 활용해 줄기세포를 둘러싼 다양한 세포 유형과 활동을 파악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와 근접한 세포들은 줄기세포의 분화 방향이나 기능을 제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나리아의 줄기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는 줄기세포 주변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장 세포에서 나왔다. 줄기세포가 국소적인 신호뿐 아니라 몸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원거리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플라나리아의 줄기세포가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몸 전체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세포로 분화될 수 있고 뛰어난 재생능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연구결과는 인간의 재생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에 작용하는 신호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수록 몸의 자연 치유력을 향상하는 방법을 더 잘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elrep.2025.116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