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이영욱 천문우주학과·은하진화연구센터 교수팀이 초신성 관측·분석을 통해 현재 우주가 더 이상 가속팽창하지 않고 감속팽창하는 단계에 들어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16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천문학회지'에 공개됐다.
우주를 설명하는 표준 우주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암흑에너지 68.3%, 암흑물질 26.8%, 물질 4.9%로 이뤄졌다. 인류가 파악하고 활용하는 부분이 우주의 5%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암흑에너지는 빅뱅 이후 우주를 팽창시키는 원동력으로, 암흑물질은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개념이지만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1998년 이후 천문학계는 암흑에너지 때문에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봤다. 별이 생애 마지막에 폭발하는 초신성의 밝기를 기준으로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연구결과가 근거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안기기도 했다. 이때 팽창의 기준이 되는 암흑에너지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수'로 취급됐다.
이 교수팀은 우주 연구의 표준처럼 사용된 'Ⅰa형 초신성'이 폭발을 일으킨 항성(별)의 나이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젊은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어둡고 나이 든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보다 더 밝다는 것이다. 초신성이 폭발한 은하 약 300개를 분석한 결과로 통계적 신뢰도는 5.5시그마(99.9999999%)에 달했다.
이 교수팀은 선행 연구에서 발견한 효과를 보정해 기존 초신성 데이터를 보정한 결과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기존 표준 우주모형과 일치하지 않았다. 대신 2021년 시작된 초대형 국제 프로젝트인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연구팀이 제시한 이론에 따라 점차 줄어드는 암흑에너지 모델에 훨씬 더 잘 부합했다.
우주 초기에 존재한 '중입자(바리온)'는 진동하며 연못에 자갈을 던졌을 때처럼 파동을 일으켰다.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도 중입자의 희미한 파문을 볼 수 있다. 이를 중입자 음향 진동(BAO)이라고 한다. DESI 연구팀은 BAO 데이터를 우주에서 자처럼 활용해 은하의 분포 패턴을 파악하고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했는지 분석한다.
DESI 연구팀은 첫 해 관측한 데이터만으로도 이미 암흑에너지가 상수가 아닌 점차 줄어드는 변수일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팀이 수정된 초신성 데이터를 BAO 데이터 등과 결합한 결과 현재 정립된 표준 우주모형으로는 우주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팀은 현재 우주가 가속팽창을 멈추고 이미 감속팽창 단계에 진입했다고 봤다. 이 교수는 "DESI 프로젝트에서는 기존의 수정 전 초신성 데이터를 BAO 관측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했고 미래 우주는 감속팽창 하겠지만 현재는 가속 중이라고 결론냈다"며 "수정된 초신성 데이터를 통해 현재 우주가 이미 감속팽창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손준혁 연세대 박사과정생과 정철 연구교수는 "5년 내에 대형시놉틱관측망원경(LSST)이 발견할 초신성 포함 은하 약 2만 개의 나이가 측정되면 지금보다 정밀한 초신성 기반 우주론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LSST는 최근 칠레에 완공된 베라루빈천문대가 주도하는 천문 관측 프로젝트다.
연구팀은 "새로운 우주론을 테스트해 이번 연구결과를 더 직접적으로 검증하고 있으며 이미 1차 결과가 이번 연구의 결론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검증을 통해 연구결과가 확정되면 지난 27년간 지배적이었던 우주론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자료>
- doi.org/10.1093/mnras/staf1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