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은 이상준 기계공학과 교수와 하긴스 윌슨 미래기계기술 프론티어 리더 양성 교육연구단 박사 연구팀이 낮과 밤, 날씨에 상관없이 바닷물을 더 빠르게 식수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9월 26일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지구는 표면의 70%가 바다지만 마실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이 인류가 직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이유다.
최근 태양열을 활용한 계면증발(ISG) 기술이 물-공기 계면의 물 분자만을 가열하는 특성으로 증발 성능이 우수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ISG란 햇빛을 이용해 물의 표면만 국소적으로 가열해 물을 증발시켜 담수를 얻는 기술이다. 동시에 ISG는 날씨와 낮·밤 변화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ISG 기술에 5V(볼트) 이하 낮은 전압의 전기를 이용한 줄(Joule) 가열 방식을 결합했다. 줄 가열 방식은 전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전기장판이 따뜻해지는 원리와 같다. 태양열과 전기열을 동시에 사용하면 낮에는 두 가지 에너지를 모두 쓰고, 밤에는 전기만으로도 작동해 하루 종일 안정적으로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빠른 증발과 함께 높은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다. 연구팀은 구멍이 촘촘한 수세미 구조의 '유리질 탄소 스펀지(glassy carbon foam)'를 활용했다. 유리질 탄소 스펀지는 가볍고 튼튼하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이다. 연구팀은 소재에 ‘티올(thiol)'이라는 화학물질로 처리해 물 흡수력을 높이고 전기저항을 낮춰 전기가 잘 흐르도록 했다.
그 결과 순수한 물을 증발시키는 실험에서 증발기 표면 온도가 빠르게 물의 비등점에 가까운 약 98°C에 도달했고, 시간당 205kg/㎡의 수분을 증발시켰다. 증발률은 기존 세계 최고 기록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농도(3.5wt%)의 바닷물 조건에서는 증발이 일어나는 표면에 염이 석출돼 증발 속도가 크게 느려지지만 시간당 18kg/㎡를 처리하며 전례 없는 담수화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강점은 안전성과 실용성이다. 날씨나 낮·밤에 상관없이 일정한 성능을 유지해 사막이나 해안 지역 등 물 부족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빠른 고온 가열이 가능해 살균이나 공기 중 수증기를 포집해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이상준 교수는 “연구는 계면 증발식 담수화가 직면한 성능 한계를 뛰어넘은 혁신이다"며 “급속 고온 가열 전략은 담수화뿐만 아니라 살균이나 물 수확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38/s44172-025-00498-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