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석순 모양 결정하는 수학 규칙…'고기후' 엿볼 도구

이병구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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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푼크바 동굴의 종유석(위)과 석순(아래) 쌍. Piotr Szymczak 제공
'석순(石筍)'은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속 석회 성분이 쌓여 죽순처럼 자라난 구조물이다. 다양한 석순 모양을 하나의 변수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이 처음으로 제시되며 석순을 통해 고대 기후를 엿볼 새로운 길이 열렸다.

표트르 심척 폴란드 바르샤바대 이론물리학연구소 교수는 앤서니 래드 미국 플로리다대 화학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석순이 성장하는 방식을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했다.

석순은 석회로 과포화된 지하수가 동굴 천장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굳은 탄산칼슘이 오랜 기간 쌓이며 자란다. 고드름처럼 천장부터 아래로 자라면 종유석,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기둥처럼 만들어지면 석주라고 한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넓은 영역에 걸쳐 떨어질 때 형성되는 평평한 모양의 석순. Matej Lipar 제공
자연에서 발견되는 석순의 윗부분은 평평한 형태, 둥근 형태, 뾰족한 형태 등 3가지로 나뉜다. 연구팀은 주로 화학공학에서 쓰이는 수학적 도구인 '담쾰러 수(Damköhler number)'를 활용해 석순의 형태를 설명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담쾰러 수는 화학 반응 속도와 반응할 물질의 공급 속도를 비교한 값이다. 석순에서는 석회 침전 속도(반응 속도)와 물방울의 체류시간 사이의 관계가 된다.

석순의 담쾰러 수는 물방울이 얼마나 넓은 면적에 분산돼 떨어지는지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유량)에 달렸다. 예를 들어 물방울이 넓은 면적에 고르게 천천히 떨어질수록 물방울의 체류 시간이 충분히 길어져 담쾰러 수가 커지고 윗부분이 평평한 모양이 된다. 반대로 물방울이 한 점에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 체류시간이 짧아 담쾰러 수가 작아지고 끝이 뾰족한 석순이 된다.

담쾰러 수(Da)에 따른 석순 윗부분을 나타낸 그림. 담쾰러 수가 1보다 크면 납작하게, 담쾰러 수가 1이면 끝이 둥글게, 담쾰러 수가 1보다 작으면 끝이 뾰족하게 형성된다. Szymczak et al.(2025)/PNAS 제공
연구팀은 석순 형성 반응에서 담쾰러 수가 1보다 크면 윗부분이 평평하게, 담쾰러 수가 1이면 둥글게, 1보다 작으면 뾰족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의 변수만으로 석순의 모양을 예측한 것이다.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채취한 석순을 X선 단층 촬영으로 분석해 석순이 형성된 과정을 파악한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순 내부는 형성 과정에 따라 나무의 나이테처럼 층을 이룬다. 석순이 자라다가 주변 환경 변화로 담쾰러 수가 바뀌면 그에 따라 석순의 모양이 점차 변화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석순 형태의 다양성이 하나의 변수로 설명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며 "자연에서 목격한 아름다움이 순수한 수학적 법칙과 일치하는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석순에 쌓인 방사성동위원소의 이동 정보를 파악하면 고대 강수량이나 기온 기록을 재구성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고기후 기록 해석 방식을 고도화할 수 있다"며 "석순의 형태는 수천년에 걸쳐 물방울이 새긴 암호"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73/pnas.25132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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