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12일(현지시각) 게재됐다. 같은 날 독일 베를린 ‘세계보건정상회의(World Health Summit)’에서 발표됐다. 1만 6500명의 과학자가 이번 연구에 참여했고 30만 건이 넘는 자료가 분석에 쓰였다.
● 전체 수명은 회복…여성 76.3세, 남성 71.5세
GBD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사망률은 팬데믹 이전보다 낮다. 여성의 기대수명은 76.3세, 남성은 71.5세로 1950년보다 20년 이상 길어졌다. 204개국 중 63.7%는 2019년 추정치를 넘어섰다. 감염병·결핵·영양결핍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은 지난 30년간 최대 79%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분석결과가 지역별로 고르지 않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층 사망률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21~2025년 보건 개발원조가 50% 넘게 줄어 백신 공급과 산모·영유아 보건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 북미는 자살·약물, 아프리카는 감염·출산
북미와 중남미에서는 약물·알코올 사용과 자살이 늘었다. 크리스토퍼 머레이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소장은 “10대와 청년층 사망이 뚜렷이 증가했다”며 “특히 젊은 여성의 불안과 우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전자기기, 양육 방식 변화 등 원인을 두고 논란이 많다”며 “코로나19가 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감염병과 사고로 아동 사망이 예상보다 많았다. 15~29세 여성의 사망률은 기존 추정보다 61% 높았다. 주요 원인은 임신·출산 중 사망, 교통사고, 수막염이었다.
보고서는 '비전염성질환(NCD)'이 소득 수준이 낮은 편에 속하는 중저소득국(LMICs)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도 빠르게 늘었다. 불안장애는 2010년 이후 62.8%, 우울증은 26.3% 증가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장애보정손실년수(DALY)' 기준 상위 25위에 올랐다. 장애보정손실년수(DALY)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건강하게 살지 못한 시간을 수명으로 환산한 값이다.
2023년 주요 건강 위험요인은 고혈압(8.4%), 미세먼지 오염(8.2%), 높은 공복혈당(5.8%), 흡연(5.8%), 높은 체질량지수(4.9%) 순으로 나타났다. 저체중 출생과 단기 임신도 전체 질병 부담의 5.2%를 차지했다.
기틴지 기타히 아프리카 보건 NGO ‘암레프 헬스 아프리카’ 대표는 “아프리카 인구의 60%가 25세 미만이지만 보건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돌봄이 핵심이며 청년 중심의 공공보건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세계은행 기준 39개국이 분쟁·취약국으로 분류된다”며 “이들 국가의 보건서비스에는 폭력 예방과 정신건강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고립주의적 보건 환경은 글로벌 전략과 양립할 수 없다”며 모든 사람이 필요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든, 경제적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건강보장(UHC)'과 서비스 통합, 시민사회 참여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참고자료>
- doi.org/10.1016/S0140-6736(25)019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