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보단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특정 세포에 QR을 발현시켜 사람이 냄새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직접 관찰할 방법을 개발한 연구결과를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사람의 코 속에는 단백질 QR이 있다. 단백질이 냄새 분자를 감지하면 그 신호가 뇌로 전달돼 '자몽향', '와인향', '바다 내음'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은 무한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지만 코 속에는 약 400가지 종류의 QR만 있다.
과학자들은 QR이 냄새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관찰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QR이 코 속 신경세포에서만 발현돼 실험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어떤 수용체가 어떤 냄새 분자에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쥐 같은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에 의존했다. 실험을 반복할 때마다 동물을 희생해야 해 윤리적·기술적 부담이 컸다. 많은 QR이 어떤 냄새 분자와 결합하는지 밝혀지지 않은 이른바 ‘고아 수용체(orphan receptor)’로 남아 있던 이유다.
지보단 연구팀은 ‘헤크293(HEK293)’이라는 인간 세포주를 변형시켜 세포에서 QR 단백질이 잘 만들어지고 작동하도록 했다. HEK293은 사람의 배아 콩팥 세포에서 유래한 실험용 세포다.
연구팀은 QR 구조의 끝부분(C-말단)을 조작해 HEK293이 QR을 안정적으로 표면에 붙여 발현시키고 훨씬 더 잘 만들도록 설계했다. 약 400가지 OR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HEK293 세포를 통해 발현시켰다. 실험실 안에서 냄새를 맡는 세포 모델을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각 QR이 특정 냄새 분자에만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러 QR이 조합돼 함께 냄새를 인식한다는 가설이 주류였지만 단일 QR이 특정 향을 담당할 수 있다는 반론이다.
예를 들어 고아 수용체로 분류된 QR 중 하나는 향유고래의 장에서 유래하는 대표적인 향수 성분인 '용연향'의 핵심 분자를 감지했다. 또 다른 QR은 조향사들이 나무 냄새라고 부르는 향에 의해 활성화됐다. 특정 QR은 박하와 비슷한 향이 나는 '파출리'향을 감지한다.
연구결과는 실험실에서도 사람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한다. 향료 회사나 식품 회사가 ‘특정 냄새를 내는 분자’를 더 정확히 찾을 수 있게 해준다. AI 향 조합 기술이나 전자코(e-nose)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이 남아있다. 유칼립투스나 샌달우드 같은 일부 주요 향 분자에 대응하는 QR을 찾지 못했고 인간의 실제 냄새 지각과 실험 결과의 연관성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DOI: 10.1016/j.cub.2025.09.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