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표적 달아 암세포 유도…항원 없이 면역세포가 암 잡는다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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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원종 포스텍 교수와 강선우 씨. 연구팀은 항원 없이도 암 치료 가능한 '유니보디'플랫폼을 개발했다. 포스텍 제공
암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암세포가 자신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눈을 피하는 것이다. 기존 항체치료제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항원)을 인식해 공격한다. 하지만 실제 종양에서는 항원이 적거나 고르지 않게 나타난다. 항원이 전혀 없는 암세포도 있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포스텍은 김원종 화학과·융합대학원 교수와 강선우 통합과정생 연구팀이 이준석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박사후연구원팀과 함께 암세포에 ‘가짜 표적’을 만들어 면역세포가 스스로 암을 찾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나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 온라인판 표지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유니보디(Univody, Universal Antibody)’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 원리는 간단하다. 암세포에 '항체의 일부 조각(Fc 부분)'을 붙여 항원이 없어도 면역세포가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유니보디' 기술을 활용한 면역 치료제 작동 원리 모식도.
연구팀은 항체 조각이 암세포 표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특수 유전자를 만들고,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운반체 '리포플렉스(LPP-PBA)'를 함께 개발했다. 리포플렉스는 암세포 표면에 많은 '시알산(sialic acid)'과 잘 결합해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 유전자를 더 선택적으로 전달한다.

암세포 표면에 항체 조각이 세워지면 면역세포가 이를 표식으로 인식한다. 연구팀은 암세포 표면에 항체 조각을 붙여 마치 ‘가짜 표적’을 단 것처럼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했다.

항체 조각이 달린 암세포를 '자연살해세포(NK cell)'가 인식하면 이 세포는 '퍼포린(perforin)'과 '그랜자임 B(granzyme B)' 같은 물질을 분비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에서는 자연살해세포뿐 아니라 다른 면역세포도 활성화돼 암세포 주변(종양 미세환경) 전체의 면역 반응이 강화됐다. 동물실험 결과 유방암과 흑색종(피부암의 일종) 모델 모두에서 종양 성장이 크게 억제됐다.

김원종 교수는 “유니보디는 항원의 종류나 존재 여부에 상관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암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연구자인 이준석 박사후연구원은 “암세포 표면에 항체 조각을 직접 붙이는 발상은 기존 치료의 틀을 깨는 혁신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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