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 받은 면역세포의 놀라운 능력…"비만 예방 실마리"

이채린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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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의 공격을 받고 있는 암세포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6일(현지시간) 발표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을 막는 면역체계의 경비병 '조절 T세포'의 존재를 밝혀내고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면역체계 연구는 올해뿐만 아니라 이미 1996년, 2018년에도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모두 면역체계의 핵심 축인 T세포와 관련된 연구성과다. 면역 작용 전체를 조율하고 지휘하는 T세포가 질환 치료 뿐만 아니라 인체가 지방을 흡수하는 대사 시스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됐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며 기능이 다양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 류머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 길 여는 '조절 T세포'

T세포는 60여 년 전에 처음 발견됐다. 1950년대까지 과학자들은 백혈구가 감염과 싸운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백혈구 중 어떤 세포가 정확히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지 알지 못했다. 1960년대 초 호주 생리학자 자크 밀러가 어린 생쥐의 흉선을 제거하는 실험을 하다 T세포를 확인했다. 1970년대 이후 연구가 잇따르며 T세포가 올해 노벨상을 안긴 조절 T세포뿐 아니라 '세포독성 T세포', '보조 T세포', '기억 T세포' 등으로 분류됐다.

흉선에서 자라는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는 면역세포가 정상 세포를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체내 작용인 '면역관용'을 형성한다. 면역 체계는 매우 강력하지만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의 장기를 공격할 수도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다.

조절 T세포는 면역관용 중 먼저 흉선과 골수에서 형성되는 '중추 면역관용'이 못다한 숙제를 인체 말초 부위에서 마무리하는 '말초 면역관용'을 제어한다. 중추 면역관용을 피해 살아남은 세포 중에서 자기 몸을 공격하려는 세포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두 번째 안전장치다. 조절 T세포 연구를 토대로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법 개발은 물론 면역반응을 억제해 장기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 "비만 예방 실마리 가능성"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T세포가 지방이 몸속에 흡수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T세포 안에서 콜레스테롤의 이동을 조절하는 단백질 ‘아스테르-A(Aster-A)’에 주목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다. Aster-A는 세포막에서 세포 내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면서 세포막 성분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연구팀은 T세포에서 Aster-A를 없앤 생쥐를 만들어 관찰한 결과 T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Th17 세포’라는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세포가 늘어났다. Th17 세포는 ‘IL-22’ 단백질을 만들어 장에서 지방 흡수를 줄이는 작용을 했다. 그 결과 생쥐들은 기름진 먹이를 먹어도 비만에 잘 걸리지 않았다. 반대로 연구팀이 장 속 미생물을 없애거나 IL-22의 작용을 차단하자 줄어들었던 지방 흡수 능력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연구팀은 "면역계와 대사 시스템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입증했다"며 “T세포의 기능이 비만이나 대사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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