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의 노종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R&D 예산 삭감과정 조사보고서' 결과를 공개했다. 대통령실이 R&D 예산 삭감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노 의원은 8월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에 R&D 예산 삭감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약속받은 바 있다.
노 의원실이 밝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6월 과기정통부는 전년 대비 0.6조원 증액한 25.4조원 규모의 주요 R&D 예산을 마련했다. 해당 예산안은 6월 2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사전 검토를 마치고 6월 30일 심의회의 상정 예정이었다.
6월 2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R&D'가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이 강조한 글로벌 R&D 예산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재검토를 지시했다. 7월 18일 대통령 지시사항에 '갈라먹기 R&D를 지양'하고 'R&D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공식 배부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후 전체 R&D 예산 규모는 삭감하지 않고 주요 R&D 예산을 배분·조정해 7월 6일 최 수석에게 보고했다. 이후 최 수석이 "R&D 예산을 10조원으로 삭감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과학계는 카르텔이지만 기재부는 엘리트라서 카르텔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해 충격을 받았다는 현장 참석자 증언도 나왔다.
이후 최 수석은 10조원을 기반으로 타당성 있는 예산을 하나씩 더하는 '벽돌쌓기' 방식을 제안하고 재검토 결과에 따라 예산이 10조원에 머물 수도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R&D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10조원에서 예산을 늘릴 때 과기정통부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으며 기획재정부에서 특정 항목을 막거나 추가하는 등의 개입이 있었다.
7월 20일 대통령 주재 내부 토론회 결과 대통령실은 10조원에서 7.4조원을 늘린 17.4조원으로 주요 R&D 예산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실 통보 이후 프로그램형 사업 3.1조원과 학생인건비 0.9조원의 필요성을 설득해 8월 22일 21.5조원 규모의 주요 R&D 예산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예산 삭감 과정에서 진행된 바이오 분야 R&D 예산 증액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7월 20일 주요 R&D 예산을 통보하면서 바이오 R&D를 보건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청 중심으로 개편하도록 요구했다. 8월 초에는 복지부·질병청·식약처 R&D 예산을 1조원 이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으며 이번 조사 과정에서 복지부 R&D 예산 증액을 기재부가 주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R&D 예산이 감소하는 와중에 복지부의 R&D 예산은 12.1%, 질병청은 10.2%, 식약처는 3.9% 증가했다.
노 의원은 "대통령실이 R&D 예산을 주무르면서 누가 이득을 봤고 어떤 이권이 개입됐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10조원을 기반으로 벽돌처럼 쌓아 올려진 추가 R&D 예산과 사업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