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영국 요크대, 미국 하버드대 등 연구팀은 1만명 이상의 9~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대규모 연구를 진행하고 불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의 부유층과 저소득층 가정 아동 모두에게서 뇌 발달의 구조적 변화를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멘탈 헬스(Nature Mental Health)'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각 주의 소득 불평등 수준을 점수화했다. 뉴욕·코네티컷·캘리포니아·플로리다주는 불평등 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고 유타·위스콘신·미네소타·버몬트주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인 어린이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스캔 데이터를 활용해 기억·감정·주의력·언어 등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피질의 표면적과 두께를 측정하고 뇌 영역 간 연결성까지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사회경제적 불균형과 박탈이 심한 지역에 사는 아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뇌 피질 표면적이 감소하고 영역 간 연결성이 변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회적 불평등이 뇌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초의 실증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정신 건강과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MRI 분석 후 6개월, 10개월, 11개월, 18개월 시점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도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불평등이 심한 지역에 사는 아동일수록 우울증·불안 등 정신 건강 지표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에서 관찰된 일부 구조적 변화는 기능적 변화와 연결됐고 이는 다시 정신 건강 악화와 직결됐다.
연구팀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면 지위 불안과 사회적 비교가 심화돼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떨어진다고 본다.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뇌와 다른 기관에 부담을 주어 신경 발달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디비앙가나 라케시 킹스칼리지 런던 정신의학·심리학·신경과학 연구소 연구원은 "연구결과는 개인 가정의 소득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소득이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관한 것이다”며 “앞으로 이러한 결과가 세계 각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이트 피켓 요크대 교수도 “연구결과는 불평등을 줄이는 일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공중 보건의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며 “감정 조절과 주의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변화는 불평등이 청소년의 정신 발달을 문자 그대로 형성하고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38/s44220-025-005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