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메리 브렁코(64) 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시니어프로그램매니저, 프레드 람스델(65)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고문, 사카구치 시몬(74)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를 202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면역체계는 병원균과 체내 세포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병원균이 진화하면서 체내 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위장해 몸에 침범해도 면역체계는 공격해야 할 대상과 보호해야 할 대상을 구분한다.
수상자들은 면역체계가 공격해야 할 대상만 공격하는 배경에는 면역체계에서 보안요원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방법을 찾고 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전략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림프조직의 일종인 흉선을 제거한 쥐에게 T세포를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쥐의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T세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면역세포 중에는 체내 세포를 병원균 같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해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세포도 있지만 반대로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를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사카구치 교수가 자가면역을 억제하는 T세포를 발견했다면 브렁코 매니저과 람스델 고문은 조절 T세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밝혀냈다.
브렁코 매니저는 자가면역질환 쥐 모델을 대상으로 Foxp3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라는 점을 처음 밝혀냈다. Foxp3이 고장나면 조절 T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사카구치 교수는 두 수상자와 독립된 연구를 통해 Foxp3이 자신이 1995년 발견했던 조절 T세포를 조절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Foxp3이 망가지면 면역체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조절 T세포를 강화하면 자가면역질환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조절 T세포의 조절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란 이론도 제시했다.
3명의 수상자들의 발견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거나 암 면역을 조절하는 전략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면역학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인류에 기여한 공이 크다.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수상자들의 연구는 기초의학 연구를 통해 면역학의 기본 원리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학적 가치가 크며 희귀질환 연구가 일반질환을 이해하는 돌파구로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라며 “IPEX 증후군 환자에 대한 분자유전학적 연구는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의 흔한 병인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라고 말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메달, 증서와 함께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500만원)를 3분의1씩 나눠 갖는다. 상금은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산을 투자한 금액이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