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이어 타이레놀까지…트럼프 '비과학' 행보, 지지층 결집 노렸을까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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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9일 목요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마라라고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사진/에반 부치/연합뉴스 제공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자폐증 원인으로 지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후 의학계와 과학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과학적인 발언’으로 불안감을 조성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트럼프 1기 때부터 과학을 정치 도구로 삼아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자녀가 자폐에 이를 수 있다며 복용 자제를 권고했다. 의과학계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발언이라며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 발병 간 인과관계는 뚜렷하게 확인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임신부는 복용하지 않은 임신부보다 자폐아를 출산할 확률이 미세하게 높다는 연구결과는 있지만 통계적·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가진 기저질환, 유전적 요인 등이 자폐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안전성이 잘 확립된 약물 중 하나인 타이레놀을 위험한 약처럼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과학적 행보에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우려를 표해왔다.

● 백신 음모론 이면엔 정치적 목적 존재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일관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백신을 정치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개발 작전’ 프로젝트를 지시했고 많은 재원(약 25조원)을 투입했으며 해당 프로젝트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운 바 있다.

재집권 이후에는 백신 음모론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 같은 입장 번복의 이면에는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는 백신 음모론을 기반으로 결집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돼왔다. 부작용 발생 사례도 있지만 모든 의약품이 부작용을 유발한다. 코로나19 백신은 부작용보다 이점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음모론으로 접종률이 하락하면 질병이 재확산되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 등이 생명 위협을 받는 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백신 자문위원을 전원을 해임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백신 음모론으로 또 다른 감염병인 홍역 또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월 미국에서 10년만에 홍역 사망자가 발생했다. 공화당 지지층이 많은 텍사스주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백신 음모론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기후 위기 부정...독재자 전술로 과학 탄압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과학 행보는 보건 이슈에 한정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인 ‘기후 위기 부정론자’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온실가스를 제한하는 ‘위해성 평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후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기후 위기 부정론자들에 의해 편향적으로 작성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는 1기 행정부 때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협정을 탈퇴한 바 있다. 과학계는 탄소 배출 등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를 ‘사기극’이라 표현했다. 이러한 주장도 정치적 목적성이 배경에 존재할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주요 동기는 화석연료 업계의 일자리와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과학자들에 대한 탄압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내년도 기초 연구 예산을 45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줄인 연방정부 예산안을 공개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예산은 90억 달러에서 39억 달러로 대폭 삭감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 탄압 정책이 아돌프 히틀러, 이오시프 스탈린 등 독재자들이 시행해온 방식과 유사하다며 탄식하고 있다. 과학 위기 및 후퇴를 넘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인재 유출과 기후 위기 심화, 감염병 대응 저하 등으로 경제적 부담 또한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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