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년전 사막에 새겨진 낙타 그림, 오아시스 표지판 역할"

이병구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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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네푸드 사막 암석에 실제 크기로 돌에 새겨진 낙타 그림. Sahout Rock Art and Archaeology Project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새겨진 낙타 암각화의 연대가 약 1만2000년 전으로 밝혀지면서 극도로 건조한 기후에서도 인류가 일찍이 번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크기로 돌에 새겨진 낙타 등 동물 그림이 사막의 핵심 수원지인 오아시스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지판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시됐다.

마리아 구아그닌 독일 막스플랑크 지구인류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약 1만2000년전 사우디아라비아 네푸드 사막에 있는 돌에 새겨진 낙타, 가젤 등 동물 그림을 발견·분석하고 연구결과를 3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공개했다. 암각화 근처에서는 그림을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도구도 함께 발견됐다.

현재 아라비아반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막은 약 2만5000년전까지 작은 호수가 널리 분포해 인간과 다양한 동물이 모여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빙하기 기후변화로 5000년간 지금보다도 더 건조해져 사람이 거의 살지 못했다. 약 1만년전까지 북부 아라비아 지역에서 인간이 거주했다는 고고학적 근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암석에 새겨진 다양한 동물 암각화를 추적해 분석한 모습. Guagnin et al.(2025)/Nature Communications 제공
2022년 구아그닌 교수팀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네푸드 사막에서 실제 동물 크기로 그려진 낙타 암각화를 발견했다. 당시 암각화가 해당 지역으로 돌아온 인간들이 그린 예술품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림의 정확한 연대 측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근에서 발견된 유물과 연대를 비교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매우 큰 방법이다.

연구팀은 발견된 유물 중 타조알, 굴 껍데기, 화덕의 숯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고 매장된 유물 주변 퇴적층이 마지막으로 햇빛에 노출된 시점부터 경과한 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물의 연대는 약 1만2800년전부터 1만1400년전으로 나타났다. 사막 암각화가 약 7000년전 해당 지역을 점유한 인간 집단이 그렸다는 기존 가설을 뒤엎는 결과다.

사막 암각화 바로 아래에서 진행된 발굴 작업 현장. 암각화 작업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1만2000년전 도구가 발견됐다. Sahout Rock Art and Archaeology Project 제공
해당 지역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오아시스의 흔적이 확인됐다. 구아그닌 연구원은 "고대 수렵채집인들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아라비아 북부 사막에 거주했다는 뜻"이라며 "암각화 전통이 마지막 빙하기 말기인 1만2000년경 시작됐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약 30km 간격으로 분포한 세 유적지에서 유사한 낙타 그림을 확인했다. 암각화를 새긴 인간 집단이 근처의 오아시스를 활용했을 뿐 아니라 그림을 그려 오아시스를 안내하는 표지판처럼 그림을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석기 제작자와 암각화를 그린 예술가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까지 입증하진 못했지만 이전까지 증거가 부족했던 시간대의 사막에서 인간이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고 살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467-025-63417-y

암석에 새겨진 암각화를 배경부터 점차 확대해서 보여주는 사진. Guagnin et al.(2025)/Nature Communication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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