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F2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 발병 기전 최초 규명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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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핵심 유전자인 ‘BRF2’의 변이가 질병을 유발하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진. 왼쪽부터 채종희 서울대병원 교수, 김근필 중앙대 교수, 윤서빈 중앙대 박사, 이승복 서울대병원 교수, 권해윤 서울의대 학생. 서울대병원 제공
원인을 알 수 없어 오랜 기간 면역결핍, 발달장애, 림프종을 앓아온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단서가 제시됐다. 국내 연구진이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핵심 유전자인 ‘BRF2’의 변이가 질병을 유발하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미진단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 전략 마련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병원은 채종희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와 김근필 중앙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원인 불명 희귀질환을 앓던 한 환자와 가족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BRF2 변이가 면역결핍 및 발달장애 질환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30일 발표했다.

BRF2는 세포 내 단백질 합성을 돕는 '셀레노시스테인 tRNA(SeCys tRNA)'의 생성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다. SeCys tRNA를 통해 만들어진 셀레노단백질(GPX1, GPX4 등)은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막고 산화·환원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BRF2 변이의 임상적 의미나 치료 가능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선천성 면역결핍과 지적장애, 다기관 기형, 림프종을 동시에 앓던 한 소아 환자에게서 상염색체 열성 유전(부모로부터 각각 다른 변이 유전) 형태의 BRF2 변이를 확인했다. 3차원(3D) 구조 분석과 단일세포 리보핵산(RNA) 시퀀싱 결과 해당 변이는 BRF2 단백질 복합체의 정상적인 형성을 방해해 SeCys tRNA 합성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 환자의 말초혈액 세포에서는 항산화 단백질 발현이 급격히 저하되며 활성산소에 대한 방어력이 약화됐다. 산화스트레스가 높아진 환경에서는 BRF2 유전자 발현 자체가 억제돼 SeCys tRNA 생성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이 면역기능 저하와 발달 이상, 유전체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손상된 세포에 항산화 원소인 셀레늄을 투여한 결과 GPX4 단백질의 발현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BRF2 관련 질환이 약물적 개입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채종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진단 희귀질환 환자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장기적 연구의 성과”라며 “의사와 생명과학자가 환자 및 가족과 함께 협력해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표적 경로를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근필 교수는 “해당 환자 가족과 함께 임상 연구를 지속해 치료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향후 희귀질환 원인 규명과 치료 플랫폼 구축 연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치료' 최근호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ymthe.2025.08.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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