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황제' 김연경, 예능도 휩쓸었다..."미안해하다가 경기 져"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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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돌풍
방출·은퇴선수 등 모아 프로 8구단 도전
스포츠 박진감에 선수들 서사 녹여 호평
다큐처럼 진지한 승부... 종목·무대 확장
김연경 전 여자 배구 국가대표가 MBC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신생 여자 배구팀 원더독스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다. MBC 제공


# 24 대 20. 배구 프로팀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한 점만 더 내면 세트 승으로 지는 게임. 알토스의 상대 신생팀 선수들의 눈빛이 승부욕으로 이글거린다. 정확하게 들어간 강타로 1점, 허를 찌르는 서브로 1점, 완벽 블로킹으로 또 1점. 온몸을 던진 슈퍼 디그(어려운 공을 받아내는 수비)에 순식간에 동점이 만들어진다. 마지막 강력한 스파이크가 상대 블로킹을 뚫고 26 대 28 극적인 역전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된다. ‘언더도그’의 반란이다.

‘배구 황제’ 김연경을 앞세운 MBC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프로그램은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4.7%를 찍으며 일요 방송 프로그램 최강자가 됐고, 화제성 지표도 고공 행진이다. 스포츠 경기 특유의 박진감과 비주류 선수들의 성장 서사가 더해져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현실에 없는 패자부활전, 위로와 감동 줘"

김연경 전 여자 배구 국가대표가 9월 24일 서울 마포구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MBC 새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여자 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연경은 신생팀 ‘필승 원더독스’의 감독을 맡아 여자 프로배구 제8구단 창단에 도전한다. 현 프로배구 시스템에 유망주를 육성하고, 주전에서 밀린 선수들의 재정비를 돕는 ‘2부 리그’가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한 김연경은 프로 방출 선수, 실업팀 선수, 재기를 꿈꾸는 은퇴 선수를 원더독스에 모았다. 이들은 팀의 구단주가 나타날 때까지 실력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첫 시험대 격인 이번 시즌엔 총 7개 팀과 대결을 펼쳐 4승 이상 거두지 못하면 팀을 해체한다는 초강수를 뒀다.

MBC '신인감독 김연경'의 경기 장면. MBC 제공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경기 중계로 채워진다. 전담 캐스터와 해설 위원을 배치해 현장감도 살렸다. 그러나 단순 상황 전달에 그치지 않고, 그때그때 경기 흐름에 선수 개개인의 서사를 녹여 캐릭터를 구축해 나간다는 점이 스포츠 중계와 차별화되는 ‘예능적 모멘트’다. 어깨 부상 후 서브 자신감을 잃고 눈물을 보였던 미들 블로커 문명화는 서브 에이스(서브로만 득점하는 것)를 여러 차례 기록하며 ‘서브왕’에 등극한다. 프로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아포짓 스파이커 윤영인은 기죽은 모습을 지적받은 뒤 팀의 공격을 이끄는 핵심 카드로 거듭난다.

몸이 부서져라 뛰는 선수들의 간절한 승리 의지와 실패를 딛고 회복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감정을 건드려 몰입감을 높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경쟁 사회에서 소외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에선 패자부활전이 잘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예능을 통해서나마 두 번째 기회를 부여받고 자아실현을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대리만족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식빵 언니’로 유명한 김연경의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과 족집게 같은 코칭도 프로그램에 매력을 더한다. 김연경은 실수를 연발한 선수들이 경기 도중 사과하자 "미안하다고 하지 마, 미안하다고 하다가 경기 져"라며 다그친다. 그러면서도 점수를 내는 선수들에게 잇몸 미소를 날린다.

다큐 같은 리얼리티가 대세... EPL 도전 예능도

스튜디오C1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 중인 야구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 스튜디오C1 제공


연예인이나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에서 진짜 엘리트 선수로 주인공이 바뀌면서 스포츠 예능의 다큐화는 가속화하는 추세다. '신인감독 김연경'처럼 대본과 연출, 전문 예능인 출연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이 피·땀·눈물을 흘리며 치열하게 도전한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식이 대세가 됐다. 원조격인 ‘최강야구(불꽃야구)’는 선수 선발 과정부터 훈련, 경기, 라커룸 이야기까지 담는 구단 운영 콘셉트로 여느 프로 팀 못지않은 팬덤을 구축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도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가세로 스포츠 예능의 종목과 규모 또한 계속 확장하고 있다. tvN과 디즈니플러스는 내달 21일 초대형 복싱 서바이벌 ‘아이 엠 복서’를 방송한다. 30년 경력의 복싱 체육관 관장인 배우 마동석이 K복싱의 부활을 위해 직접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쿠팡플레이는 국내 축구 유망주들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입단 기회를 놓고 겨루는 ‘넥스트 레전드’를 내년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월드클래스 스타 가레스 베일과 이영표가 선수들의 성장을 이끄는 멘토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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