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1개월간 가상자산 '4조' 탈취...캄보디아 후이원도 공범이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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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대북제재 감시팀 보고서
"당·정·군이 경쟁하며 조직 육성"
"취업 빌미로 접근해 자산 빼내"
북한 인터넷 매체인 조선의 소리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북한 최고의 우수기업인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 정보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들을 소개했다. 사진은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얼굴인식 인공지능 자동출입문의 시연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1개월간 세계 각국에서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가 4조 원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인 등 외국인 납치·감금 사건 배후로 지목된 캄보디아 범죄 조직 '후이원그룹'과의 연관성도 새롭게 드러났다.

한미일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대북제재 모니터링팀(MSMT)'은 22일 최근 이뤄진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감시·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당·군·정 산하 사이버 조직들이 복잡하고 상호 중첩되는 불법 사이버 활동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며 "정권의 수익 창출을 위해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정·군' 경쟁하듯 사이버 외화벌이



MSMT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는 28억4,000만 달러(약 4조 원)로 파악된다. 2024년 한 해에만 11억9,0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같은 해 북한 전체 외화 수익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한 군 당국은 정찰총국 산하에 △110호 연구소 △63연구소 △772 연락소 등 사이버 활동 조직을 두고 있으며 중앙 정부에서도 △APT37(보위성 산하) △압록강기술개발회사(사회안전성) 등에서 정보기술(IT) 인력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차원에서도 △313총국 △75지도국 등이 불법 사이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당·정·군이 경쟁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들은 투자자, 사업가, 채용담당자 등으로 위장해 범행 타깃을 골랐다. 예를 들면, 채용을 빌미로 구직자에게 접근, 가짜 면접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악성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도록 해 가상자산을 빼내는 식이다. 반대로 특정 회사 자산이나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가짜 신원을 만들어 원격 취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북한 사이버 조직들이 챗GPT나 딥시크 같은 최신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北, 자금 세탁에 후이원그룹과 긴밀 관계 형성"

후이원그룹과 함께 프린스그룹은 최근 강력 범죄의 배후로 지목됐다. 사진은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 프린스그룹 본사 건물에 위치한 프린스은행. 프놈펜=연합뉴스


특히 북한은 해외 범죄 조직이나 브로커들을 통해 탈취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납치·감금 범죄의 배후로 지목된 캄보디아 범죄 조직 '후이원그룹'도 북한의 범행을 돕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후이원그룹은 캄보디아의 부동산·금융기업 프린스그룹과 함께 각종 강력범죄의 배후 조직으로 지목됐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최근 이들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관된 북한 국적자들이 탈취한 자금을 후이원그룹이 운영하는 결제 시스템인 후이원페이를 통해 세탁했으며, 여기에는 지난해 5월 일본 DMM비트코인으로부터 탈취한 3,760만 달러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 국적자들이 2022~2024년까지 자금 세탁 과정에서 후이원그룹 소속 직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북한 IT 노동자 규모를 최대 2,000명으로 추산했는데, 중국에서 활동하는 인력(1,000~1,500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러시아(150~300명), 라오스(20~40명), 적도기니, 탄자니아, 캄보디아 등에서도 북한 IT 노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내에서도 최근 IT 인프라 환경이 개선돼 450~1,200여 명의 IT 노동자가 활동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MSMT는 이번 보고서 발간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번 보고서는 북한이 자신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해 계속해서 외국 정부와 민간 기업, 일반대중으로부터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절취하고 불법 획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제재 등을 통해 관련자들에게 안보리 결의 위반 책임을 물을 것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MSMT는 지난해 4월 유엔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뒤,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국제적 감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미일 등 11개 유사 입장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난해 10월 발족한 협의체다. 한미일 외에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캄보디아 #캄보디아납치 #한국인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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