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속 국경선 1000㎞ "지역 아우를 해법 필요"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으로 대대적 단속에 직면한 캄보디아 범죄조직들이 대거 인접 동남아 국가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수익을 미끼로 사기범죄에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구인광고가 태국 등지로 사업장을 달리해 온라인상에 게시되고 있는 게 대표적 근거다.
국내 대표적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지난 17일 '태국 방콕본사 TM 직원 채용합니다. 캄보X'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TM은 텔레마케팅을 뜻하는 영어 머리글자이고, '캄보X'는 위험국 인식이 강해진 캄보디아에 취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는 '각종 빚, 생활고 때문에 힘든 분들이 본사와 함께 새출발하길 바란다' '업계 최고의 대우를 자부한다. 숙소·비행기·비자·가불·생활비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유인성 구인 공고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은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진행한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아침까지도 고수익을 미끼로 한 구인구직 광고가 올라와 있다"며 △월 1,000만 원 확실한 기회, 남녀 직원 모집 △월급 실수령 최고액이 4,150만 원과 같은 광고 문구를 소개했다.
범죄조직들의 근거지 이동은 예상됐던 바다. 캄보디아는 태국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국경지대는 광활한 밀림과 공권력 공백으로 범죄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접경국은 아니지만 미얀마도 캄보디아, 라오스와 우범지대를 공유하며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국가다. 박진영 전북대 동남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캄보디아는 국경선이 1,000㎞에 달하고 밀림 한가운데에 있어 국경 수비가 한국처럼 촘촘하지 않다"며 "태국 미얀마 등과 접한 일부 국경은 무국적 지대라 밀입국하기가 특히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단속 강도가 한풀 꺾이면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인식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선임분석관은 "범죄조직이 국가 단위를 넘어 활동하는 상황이라 사건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풍선효과'를 막기 어렵다"며 "지역적 차원의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