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둔 학교서 '소녀상=매춘부' 시위 강행 우익단체…경찰, 제한 통고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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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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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는 사기' 주장 단체, 학내 소녀상 철거 요구
학교 측, 학생 학습권과 안전 우려 "수능 앞두고…"
주최 측 "동상 두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 등 극단 표현
경찰 "수업 시간엔 집회 금지" 등 통고에도 '강행' 예고
"위안부 피해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서울 시내 고교 두 곳에서 집회하며 들고 있겠다고 예고한 현수막. 심각한 혐오 표현을 담고 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거짓이며 자발적 매춘이었다고 주장하는 강경 우익단체들이 서울 시내 고등학교 두 곳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한 달 넘게 집회하겠다는 방침인데 혐오성 표현이 학생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데다 다음 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의 심리적 안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경찰은 집회 제한 통고를 했지만 단체는 시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우익단체들은 성동구의 A고교와 서초구의 B고교 두 곳 앞에서 '흉물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를 하겠다고 경찰에 신청했다. 두 학교 교내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은 종로구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온 수요시위가 열릴 때 그 주변에서 "위안부 피해 주장은 사기"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반대 집회를 열어왔다.

집회가 예고된 두 학교와 시 교육청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이 위협당하고, 심리적 불안감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단체들은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오전 8시~오후 5시에 학교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청했는데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과 겹친다. 등·하교 시간에는 학생들과 시위 세력이 대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음 달 13일에는 수능이 예정돼 있어서 고3 수험생들의 심리적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 날에는 비행기 이착륙 시간도 조정할 만큼 예민한데 학교 앞에서 집회를 연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집회에서 들겠다고 한 현수막과 피켓 내용 등도 문제다. 주최 측은 현수막 등에 '신성한 교정에 위안부(매춘부) 동상 세워놓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에 등록된 240명의 소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일본군에 의해 강제 동원된 사람은 단 1명도 없다'는 등의 내용을 적어 학교 앞에서 들어 보일 예정이다.

이에 시 교육청은 서울경찰청 등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학습권 보장을 위해 집회에 대한 면밀한 검토 및 제한을 요구하며 만약 집회를 하게 된다면 등하교 안전 확보를 위해 순찰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근식 교육감 "표현의 자유 넘어선 혐오·차별, 단호히 대응"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역사왜곡과 혐오 표현은 교육 공간에서 허용돼선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는 혐오와 차별로 간주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려가 커지자 경찰도 나섰다. 경찰은 지난 21일 집회 주최 측에 옥외집회 제한 통고서를 보내 "학교 주변 집회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집회시위법에 따라 두 가지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집회시간이 학교수업 시간(오전 7시~오후 4시 30분)이나 수능 당일 및 예비소집일 등 학습 관련 시간과 겹칠 땐 집회 금지 △집회에서 사용하는 문구 중 학생이 봤을 때 혐오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건 삭제 또는 수정 등이다.

경찰이 서울 시내 고교 두 곳 앞에서 집회를 예고한 단체에 보낸 옥외 집회 제한 통고서.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제공


경찰의 제한 통고에도 주최 측은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헌 위안부폐지국민행동 대표는 본보와 통화에서 "경찰이 해온 제한 통고는 법률 위반이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집회를 하지 말라는 건데 이는 제한이 아니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 통고를 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또 수능일과 예비소집일에는 집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집회는 오는 29일 오후 2시 B고교에서 시작할 것이며 철거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학교에 '위안부상'(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는 게 아이들 교육에 긍정적이지 않다. (위안부 피해자는) 성매매 여성일 뿐이며 (평화의 소녀상은) 위안부 사기극의 하나의 선전 도구로 역할을 하고 있기에 교육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측은 "두 학교의 소녀상은 2013년과 2017년 학생들과 교사 주도로 역사 동아리 및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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