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안팎 여성 총리·자민당 대표 새 활약 기대
"너무 적은 자민당 여성 정치인" 한계 지적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헌정 사상 최초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일본 정치권에서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초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내각 내 여성 인사를 확대 기용하겠다고 한 발언이 실현되지 않으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제104대 총리로 선출되면서 '일본 첫 여성 총리'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11년 일본 미에현에서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스에마쓰 노리코 스즈카시장은 "같은 여성으로서 설레고 기대가 크다"며 "선배 정치인으로서 모범이 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초의 여성 도쿄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도 "여성의 활약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무라 시게노부 정치평론가는 로이터통신에 "남존여비 문화가 남아 있는 일본에서 미국보다 먼저 첫 여성 지도자가 탄생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일본 각계각층에서 여성의 활약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전날 밤 열린 첫 각료회의에서 임명한 여성 각료는 재무장관에 가타야마 사쓰키 전 지방창생담당장관, 경제안보담당장관에 오노다 기미 참의원 의원 등 2명에 그쳤다. 이전 내각에서 최대 여성 각료 수는 5명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21일 밤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여성 각료가 2명에 그친 것에 대해 "나는 기회의 평등을 중시한다"며 "모든 정책이 한 발짝,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적재적소로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일본 정치권 내 여성의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한계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일본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중의원 15.5%, 참의원 29.8%로 전 세계 약 190개국 중 141위 수준이다. 여성 정치인을 등용하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이라는 것이다.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총재가 '선택적 별성제(결혼 시 부부가 같은 성을 쓰도록 강제하는 현행법과 달리 원래 성을 유지해도 되는 제도)'나 여성 왕족의 왕위 계승, 성소수자 인권 향상 의제 등에 적극 반대하는 등 성평등 정책에 제동을 걸어 왔다는 점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가 낙후한 일본의 여성 인권을 실제로 향상시킬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미우라 마리 도쿄 소피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여성 수 부족과 함께 전반적으로 우경화한 인물을 기용해 균형감이 부족하다"며 "자민당이 배타적이고 불관용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