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한미일 동시 겨냥 ②APEC 관심끌기
북미 회담 불투명에, '찔러보기' 가능성
대남 겨냥 SRBM '화성-11마' 가능성
북한이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했다. 5개월여 만의 탄도미사일 발사이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도발에 나선 것이다.
북한의 이번 시험발사는 APEC 계기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예정된 가운데, 자칫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는 북한이 '관심 끌기'에 나선 행보라는 풀이가 나온다. 전세계의 관심이 미중 간 관세 협의로 쏠리고 북미 정상 만남이 불투명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끌어내기 위해 북한이 '찔러보기' 도발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 10분쯤 평양 남쪽인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쪽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추정 발사체를 여러 발 쐈다. 발사체는 약 350㎞를 날아 내륙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왔으며, 발사 즉시 탐지 후 추적했다”며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국·일본 측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SRBM이 지난해 9월 18일 발사했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11다-4.5’ 또는 그에 비해 개선된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등장한 ‘화성-11마’를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화성-11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기존 전술유도탄 ‘화성-11가(KN-23)'에 극초음속 활공체(HGV) 스타일의 종말부를 장착한 신형 SRBM이다. 우리 주요 시설은 물론, 주한미군 기지를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도 평가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 5번째다.
특히 이번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등이 다음 주 APEC 정상회의 계기 방한 등을 앞둔 시점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정치적 액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이 방한할 APEC 기간과 일정부분 거리를 두면서도, 존재감은 드러내려고 의도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PEC 정상회의 개최 일주일 전 정치적·안보적 파급이 예상되는 시점에 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강한 행보로 볼 수 있다”며 “3일 전에 쏘았다면 APEC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일주일 전에 쏜 것은 무력시위를 통해 APEC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되 지나친 도발 행동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시점을 조절한 것”이라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한미 정상 간 합의, 미중 정상 간 회담에서 북한에 불리한 합의가 나오지 않도록 포석을 깔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며 "비핵화 불가 입장 재확인 및 소외 피하기 목적 관심끌기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전 국방부 및 합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정부는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