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용접기로 3시간 만 범행 완료
최근 4인조 괴한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석 유물 여러 점을 순식간에 훔쳐 달아나는 일이 벌어진 프랑스 파리에서 또 다른 박물관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중국 여성이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된 금덩이를 훔친 혐의로 현지 검찰에 구속된 것.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파리 검찰청은 지난 13일(현지시간) 24세 중국인 여성을 조직적 절도 및 범죄 공모 혐의로 예비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달 16일 새벽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해 총무게 6㎏의 금덩이 4점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피해 유물은 ①18세기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기증된 볼리비아산 금덩이 ②1833년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1세가 박물관에 기증한 우랄산맥 금덩이 ③19세기 후반 골드러시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금덩이 ④1990년 호주에서 발견된 5㎏이 넘는 금덩이로, 총 150만 유로(약 24억 원)어치로 추산된다. 검찰은 모두 자연산 금덩이라 일반 금괴보다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범행 당일 아침 박물관 청소 직원이 전시실 바닥에 잔해가 있는 걸 수상히 여겨 수사당국에 신고했다. 감식 결과 박물관 문 2개가 절단기로 잘렸고 금덩이가 전시된 진열장 유리는 용접기로 파괴됐다. 현장에선 절단기와 드라이버, 용접기 연료용 가스통 3개, 톱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한 사람이 새벽 1시쯤 박물관에 침입했다가 4시쯤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를 특정한 검찰은 통화 내역을 추적해 그가 범행 당일 프랑스를 빠져나갔고 중국으로 도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유럽 사법공조 체계가 가동됐고 지난달 30일 스페인 당국이 바르셀로나에서 용의자를 체포해 프랑스에 인도했다. 체포 당시 여성은 1㎏가량의 녹인 금 조각을 버리려 했다고 한다. 검찰은 도난품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공범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