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관은 1인 1총이니까 잘 쏘지 않겠냐"
"갖고 있는 것만 보여줘도 위화감" 증언도
尹 측 "무력 쓰라는 지시 아니었다" 반박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임박한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간부들과 오찬 자리에서 "경호관이 경찰관보다 총을 더 잘 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저지 시도와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 심리로 21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 4차 공판에 이광우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1월 11일 오찬 자리에서 "경찰관은 1인 1총이 아닌데, 경호관은 1인 1총이니 경찰관보다 잘 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본부장의 답변은 특검 측이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고 윤 전 대통령이 말했냐고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전 본부장은 "자네들이 총을 갖고 있는 것만 봐도 그들이 두려워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냐는 말씀은 하셨다. 근데 총을 직접 보여주라고 지시한 얘기는 못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라"라고 지시한 것은 듣지 못했다면서 "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법이라 기각될 것"이라 얘기한 것은 들었다고 했다. 특검은 2차 체포 시도를 앞둔 올해 1월 10일과 11일, 윤 전 대통령이 주재한 관저 오찬에 참석한 복수의 경호처 간부들 진술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이 총기를 언급하며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총기' 언급이 무력 사용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본부장에게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 시도 시 무력을 쓰라고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무력은 안 된다고 했던 것이 맞는가" "총으로 쏴버리면 안 되냐고 말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물었고, 이 전 본부장은 모두 "네"라고 답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총을 보여주면서 위력을 과시해라"라고 말한 적도 없냐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는 "저희가 갖고 있는 것만 봐도 두려워하지 않겠냐라고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김건희 여사가 경호처 직원에게 총기 사용을 지시했다는 지난 공판 법정 증언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사건과 관계없는 '언론플레이'라고 재판부에 제지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본부장에 앞서 진행된 김신 전 경호처 가족부장 증인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김 여사가 총 가지고 뭐 하냐, 이런 발언을 한 것을 직접 들었느냐"고 물었다. 김 전 부장은 "들은 것이 아니라 (김 여사가) 직원한테 얘기한 걸 (전해) 들은 것"이라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김 여사는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번 주에도 공판이 2회 있다"며 "구속 요건이 있어 (특검의) 언론플레이에 강력히 항의한다. 재판부도 강하게 제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공판에서 김 전 부장은 윤 전 대통령이 체포된 뒤 김 여사가 '총기 가지고 다니면서 뭐 했냐'고 발언한 것을 한 경호관이 자신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해당 경호관에게 "어디 보고도 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전파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해당 증언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공소사실 중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경호처가) 총기를 소지하고 MP7 기관단총 실탄을 구비한다고 했고 변호인 측에서는 민주노총 침투를 대비한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총기 휴대 지시는 (총기 휴대) 목적과 관련한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윤 전 대통령은 불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7월 10일 재구속이 결정된 이후 체포영장 집행 방해 재판과 내란우두머리 재판에 모두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