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1명, 말 8마리 죽게 했는데 징역 1년…두 차례 동종 전과자에 관대한 법원

고은경 기자 TALK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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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공주지원, 폐마목장 농장주에 징역 1년
동물보호법 양형기준 적용되지 않은 점 아쉬워
충남 공주시 말 농장에서 갈비뼈가 불거질 정도로 야윈 말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퇴역 경주마 24마리를 방치했다가 사고로 사람 1명과 말 8마리가 죽은 이른바 '폐마목장' 사건에서 농장주가 징역 1년을 선고받자 동물단체들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동물보호법 양형기준이 적용됐다면 최대 2년 6개월~3년까지 형량을 높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전지법 공주지원은 말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불법 축사에 말이 뛰쳐나가 국도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운전자가 사망하고, 축사에 있던 말들이 후구(몸의 뒷부분)마비로 쓰러졌는데도 방치해 다른 말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 농장주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병합해 지난달 19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본보가 판결문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 사건은 올해 7월 1일 '동물보호법 양형기준' 이전에 공소가 제기돼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업무상과실치사의 법정형은 통상 징역 8개월~2년으로 징역 1년이라는 이번 선고는 사실상 하한선에 가까운 형량이었다.

말 8마리가 방치돼 사망한 채로 발견된 충남 공주시 말 농장에 비쩍 마른 말들이 남아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법조계에서는 동물보호법 양형기준이 적용됐다면 처벌 수위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 양형기준이 적용됐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한 2년)에 동물보호법 위반(상한 1년·가중 시 2년)의 절반을 더해 약 2년 6개월~3년까지 선고가 가능했다"며 "엄정하게 판단할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실제 형량이 징역 1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법원은 피고인이 말을 방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말이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로 구성된 말 복지 수립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학대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질병사 역시 방치에 따른 결과라면 감경이 아니라 학대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시 폐마목장에서 구조된 포세이돈. 30세가 넘어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이진경 JK홀스트레이닝센터 대표가 이 같은 사정을 듣고 포세이돈을 입양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위원회는 또 처벌 수위가 낮은 근거로 A씨가 동종 범죄 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A씨는 2022년 충남 부여군의 폐축사에 은퇴마 네 마리를 방치해 이 중 두 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살아남은 두 마리는 동물단체가 구조해 보호처로 옮긴 바 있다. 2023년에는 말 불법 도살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등 반복적인 학대 전력이 있었다.

더불어 살아남은 말들에 대한 동물학대 혐의가 기소되지 않은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됐다. 살아남은 말들은 갈비뼈가 불거질 정도로 야위고 오물 속에 방치된 상태였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 양형기준 해설에는 양형기준 시행 전 공소 제기된 사건이라도 법원이 참고로 삼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돼 있다"며 "양형기준 미적용과 수차례 말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음에도 감경 사유를 인정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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