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잘리고 고문 흔적"…처참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시신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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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된 시신 150구 중 최소 135구 훼손
이스라엘 감옥 스데 테이만에 구금 추정
인권 단체 "독립적인 국제적 조사 시급"
이스라엘에 억류됐다가 송화된 팔레스타인 사망자들의 시신이 15일 가자지구 칸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 바닥에 임시 안치돼 있다. 칸유니스=A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구금됐다가 가자지구 평화구상 1단계 합의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된 팔레스타인 사망자들의 시신 대다수가 처참하게 훼손돼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망자 다수가 이스라엘에서 가혹한 고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제 사회 차원의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으로 돌려보낸 시신 150구 중 최소 135구가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무니르 알바르시 보건장관과 시신을 검시한 칸유니스 나세르 병원 측 관계자가 시신 가방에 담긴 문서를 분석한 결과 팔과 다리 등이 잘린 시신들은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의 군사기지이자 가혹 시설인 '스데 테이만'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스데 테이만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철창 속에서 수갑과 족쇄가 채워지고, 기저귀를 착용한 채 구금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신에는 고문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성은 목에 밧줄이 감겨 있었으며 가자지구 북부 출신 청년인 마흐무드 이스마일 샤바트의 시신에는 목이 매달린 흔적과 함께 전차 궤도에 다리가 짓눌린 흔적도 남아 있었다. 이는 샤바트가 가자지구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으며, 이후 스데 테이만으로 이송됐음을 시사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시신을 검시한 나세르 병원 의사들은 대다수 시체의 눈이 가려진 채 손이 묶여 있었다는 점에서 "스데 테이만에 구금됐을 당시 고문을 당하고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스데 테이만으로 끌려온 팔레스타인인 중에는 가자지구 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들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 매체와 교도소 내부 고발자의 증언에 따르면 스데 테이만에는 팔레스타인인의 시신 약 1,500구가 보관돼 있다.

인권 단체에선 규탄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스데 테이만 수용시설의 실태를 폭로했던 이스라엘 인권 단체 중 하나인 이스라엘 인권의사회(PHR)는 "이스라엘 구금시설에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의 숫자는 전례가 없고 고문·의료적 방치로 인한 사망과 관련한 입증된 증거가 있으며 이제 반환된 시신의 조사 결과까지 모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독립적인 국제적 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IDF)은 고문 등 가혹 행위 의혹에 대해 "수감자들을 적절하게 대우하고 있으며, 불법 행위는 조사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훼손된 시신이 스데 테이만 시설에서 왔는지 여부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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