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때 미세플라스틱 들어갈까 우려
인공눈물이 안구건조증 치료의 기본
백내장 수술 전에는 반드시 치료해야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눈물이 부족해 앓는 질환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시력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널리 쓰이는 인공눈물은 올바른 방법으로 넣지 않으면 피부염‧결막염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20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으로 진료받은 이는 2022년 기준 연간 약 237만 명이었다. 대한안과학회가 시행한 ‘2023 안구건조증에 대한 대중 인식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10명 중 8명은 눈의 뻑뻑함과 시림, 충혈, 이물감, 통증, 시력저하 같은 안구건조증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과거엔 노화가 안구건조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으나, 이제는 스마트폰 사용, TV 시청 같은 생활습관과 환경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일상 속 흔한 질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안과학회‧대한안과의사회가 10월 두 번째 목요일을 ‘눈의 날’로 정하고 인식 제고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구건조증은 눈을 촉촉하게 하는 눈물이 지나치게 빨리 마르거나 양이 적은 경우, 눈물막에 이상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눈을 보호하는 얇은 보호막인 눈물막은 눈과 눈꺼풀 사이를 부드럽게 하는 점액층과 수성층, 눈물의 증발을 막는 지질층(기름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눈물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해 눈에서 뻑뻑함‧이물감이 느껴지게 된다.
안구건조증을 단순한 불편함으로 여겨 방치하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용찬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뻑뻑한 이물감은 물론 작은 충격에도 상처를 입을 정도로 각막의 방어력을 떨어뜨려 각막염 같은 2차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막염과 결막결석, 각막궤양, 시력저하도 안구건조증의 합병증으로 꼽힌다. 심한 경우엔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다른 안과 질환 치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김동현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안구건조증이 각막 곡률 수치의 변동성을 키운다고 밝혔다. 각막 곡률 수치는 백내장 수술이나 각막 굴절 수술의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측정값이다. 변동성이 높을수록 수술의 정확도가 낮아지고, 수술 후 시력 예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안구건조증이 심할수록 안과 수술 후 굴절 값 예측 오차가 커질 수 있으므로 안과 수술 예정인 환자는 수술 전 반드시 안구건조증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 치료의 기본은 인공눈물 점안이다. 윤활제가 함유된 인공눈물은 안구 표면의 윤활 작용과 눈물 성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줘 안구 표면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지질 성분을 함유한 인공눈물은 눈물막 지질층을 보호해 눈물의 증발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인공눈물은 보존제 유무에 따라서도 구분한다. 1회용 점안제는 보존제가 첨가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하루 6회 이상 사용하거나 렌즈를 낄 때 유리하다. 다만 개봉할 때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갈 수 있어 첫 한 방울은 버리고 사용하는 게 좋다. 보존제가 함유된 다회용 점안제는 장기간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안과 진료로 눈 상태를 확인해 가며 써야 한다.
점안액을 넣을 때도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독서 등 눈을 많이 쓰는 활동 전에 미리 한 방울 넣어주는 게 좋다. 증상을 느낀 후 인공눈물을 넣으면 눈물약조차 따갑게 느껴질 수 있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안약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여러 방울 넣으면 몸에서 분비되는 눈물 속 면역 성분이나 영양분이 씻겨 내려갈 수 있어 한 번에 한 방울만 점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연고도 안구건조증이 심한 경우 도움이 되는데, 지속 시간이 긴 대신 점안 후 시야가 뿌옇게 보일 수 있어 자기 전에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인공눈물을 3개월 이상 사용했는데도 증상이 지속되면 눈물점 폐쇄술이나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을 개선하려면 컴퓨터‧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책을 읽을 때 일정 시간마다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쉬는 게 좋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땐 눈 깜빡임 횟수가 정상의 30~50% 수준으로 줄고, 눈꺼풀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불완전한 깜빡임도 늘어 눈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눈꺼풀 세정제를 써서 주기적으로 눈꺼풀을 세척하면 막힌 기름샘이 열려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
고경민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안구건조증은 완치는 어렵지만 인공눈물 점안,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교수는 “안구건조증 환자의 80% 이상은 마이봄샘 기능 장애를 갖고 있다”며 “40도 정도의 따뜻한 수건이나 찜질팩을 눈가에 얹어 찜질하면 마이봄샘이 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마이봄샘은 눈꺼풀 가장자리에 있는 기름샘으로, 눈물의 지질층을 만들어 눈물이 빨리 증발하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