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심제 재판소원제도 추진도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재판'도 추가
鄭 "당론 추진"… 대통령실과도 협의
野 "법치 근간 흔들어"… 與 일각도 우려
김병기 "야당 의견도 듣겠다" 공론화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발표한 사법개혁안 핵심은 이른바 4심제로 불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과 대법관 증원이다. 두 사안 모두 사법부 최고권력으로 군림해온 대법원 힘 빼기 조치로 사법개혁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앞서 민주당은 재판소원 제도의 경우 사법부 압박 카드로만 거론했으나, 사실상 지도부 차원에서 발의해 올해 안에 본회의 처리를 못 박으며 의지를 다졌다. 대통령실도 앞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재판소원 제도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며 힘을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방통행식 개혁에 대한 역풍으로 여권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점을 감안한 듯, 민주당은 "야당 의견도 듣겠다"며 공론화를 강조하며 명분 쌓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재판소원을 두고 헌법재판소(찬성)와 대법원(반대)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고, 애초 이재명 대통령 유죄 취지 파기 환송 직후 촉발된 문제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도 의지 보인 재판소원 4심제
이날 민주당이 발표한 사법개혁안 중 재판소원제는 특위 차원을 넘어선 안건이었다. 당초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 증원 등 5대 개혁안을 준비했지만, 정청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소원제를 특별히 챙기며 '6대 개혁안'이라고 콕 집고 나섰다. 지도부가 책임지고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 처리까지 완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날 김병기 원내대표가 재판소원제와 관련해 "당론 발의하지 않는다"고 한발 빼는 듯한 뉘앙스를 하루 만에 뒤집은 모양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지도부 차원에서 발의하는 것"이라며 정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4심제로 불리는 재판소원제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전부터 의지를 드러냈던 사안이었던 만큼 지도부가 직접 공론화 작업을 앞세워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대통령실은 앞서 추석 연휴 직후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재판소원 추진에 대한 협의도 마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심제도) 다 협의를 마친 부분으로, 지도부 차원에서 책임 있게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라고 했다.
개혁안의 핵심은 법원의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이를 법원이 아닌 헌재의 심판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①법원의 재판이 헌재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이거나 ②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③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청구가 가능하도록 단서 조항을 달아 무분별한 4심 청구를 제한했다.
국힘 "권력 하수인 만들겠단 사법장악 로드맵"
국민의힘에선 곧장 "법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장동혁 대표는 "검찰을 장악해 상소를 제한하고, 대법원장이 걸림돌이 되니 대법원장을 내쫓겠다고 한다"며 "(이제는) 그것도 불안해서 4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이재명 (대통령) 한 사람이 권력 정점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관 증원의 경우도 '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3년간 4명씩 총 26명으로 증원하는 게 골자인데 개혁안이 현실화되면 이 대통령은 임기 내에 증원된 대법관 12명과 더불어 2027년 퇴임하는 조 대법원장과 6년 임기를 마치는 대법관 9명의 후임 등 모두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대법관 절대다수가 친여 성향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인 셈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권력의 하수인 만들겠다는 사법장악 로드맵"이라고 맹폭했다.
역풍 의식한 듯 "검찰개혁 때와 달라" 공론화 강조
민주당 내에서도 "4심제가 될 경우 너도나도 4심을 청구할 텐데 그럼 헌재가 마비될 수 있다" "단서 조항이 있긴 하지만 너무 광범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때리기' 여파로 떨어진 당 지지율이 '4심제 추진'으로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민주당도 검찰개혁 때와 달리, 공론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앞서 당정대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앞세운 당과 완결성을 중시한 대통령실·정부 간의 갈등을 노출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발표, 발의와 함께 공론화 시간이 시작된다"며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야당·법원·전문가 소통을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사법개혁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공론화 과정에 대해 "검찰개혁과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이고,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듣고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는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