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쇼' 위해 100분 갇혔다 폐사한 황새···김해시장, 시민에 고발당해

고은경 기자 TALK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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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0. 오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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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김해시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서
황새 한 마리 폐사에 동물자유연대 비판 논평
경남 김해시가 15일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을 하면서 방사한 황새 중 1마리가 폐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새들은 나무로 만든 좁은 공간에 1시간 20분 이상 갇혀있어야 했다. 김해=연합뉴스


최근 경남 김해시가 개최한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에서 방사 연출에 동원된 황새 한 마리가 폐사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거세다. 동물단체는 "생명을 수단화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고, 홍태용 김해시장과 담당 공무원은 경찰에 고발당했다.

당초 김해시는 황새 세 마리를 방사하려 했으나 이 중 한 마리가 날아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황새들은 그늘막도 없는 햇빛 아래에서 약 1시간 20분 이상 좁은 공간에 갇혀 있어야 했다. 당시 외부 기온은 22도로 과열과 탈진으로 인한 폐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 북구 천곡동 들녘에서 15일 황새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윤기득 사진작가 제공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20일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공공기관에서조차 동물을 '연출용 오브제' 정도로 취급해 온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비판했다. 화포천 습지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설립한 시설 개관식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황새가 행사용 도구로 이용되다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생명을 대하는 지자체의 모순적인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단체는 "어엿한 삶의 주체를 고작 연출 도구로 전락시킨 이번 사건은 김해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행정 전반에 걸쳐 동물을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으로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가 경남 창녕군 우포늪 인근인 이방면 옥천마을 들판에서 날갯짓하고 있는 모습. 창녕군 제공


단체는 "앞으로 공공기관은 행사에 동물을 동원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선언해야 한다"며 "생명을 수단화하지 않는다는 가장 기초적인 원칙을 공공의 기본 기준으로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해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한 시민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홍 시장과 담당 공무원, 수의사, 사육사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시민은 사건 당일 시가 황새들을 방사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야생동물 복지와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황새 한 마리를 폐사하게 했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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