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차 타고 올라 절단기로 보석 훔쳐 달아나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4인조 괴한들이 침입해 단 7분 만에 프랑스 왕실 보석 장식품 8점을 훔쳐 갔다. 이번 사건은 1911년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가 사라진 이후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어난 가장 극적인 절도 사건이라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보물 1점의 가치가 수천만 유로에 달해 전체 피해액이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 루브르 박물관 측은 이날 개장시간 30분 뒤인 오전 9시 30분쯤 신원 미상의 도둑들이 박물관에 침입해 프랑스 왕실 보석류가 전시된 '아폴론 갤러리'에 전시된 보석류를 훔쳐 달아났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과 브로치,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와 관련된 사파이어 목걸이 등 보석류 9점을 빼돌렸다.
이 중 나폴레옹 3세 황제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 1점은 현장 인근에서 훼손된 채 회수됐다. 범인들이 도주 중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루브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왕관은 다이아몬드 1,354개와 에메랄드 56개로 장식돼 있다.
파리 검찰청에 따르면 범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박물관에 도착, 외벽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 있던 전동 사다리차를 이용해 2층 창문을 깨고 박물관 안으로 침입했다. 이후 강화유리나 금속을 절삭하는 전동 절단기를 이용해 진열장 안의 보석들은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도둑들은 전동기로 경비원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박물관 개장 직후 범행이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7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표적으로 삼은 아폴론 갤러리는 프랑스 왕실 보석류가 있는 화려한 전시실로 센강 쪽에 위치하며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는 불과 250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다만, 아폴론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품으로 꼽히는 140캐럿짜리 레장 다이아몬드는 도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엑스(X)에 "루브르는 우리 문화의 세계적 상징이며 이번 사건은 우리 나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국가의 부패가 어디까지 간 것인가"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박물관은 이날 하루 휴관했다. 사건이 박물관 개장 이후 벌어지면서 이미 입장한 관람객들이 퇴장 조치되고, 이를 미처 알지 못한 관광객들이 계속 박물관 앞에 도착하면서 박물관 안팎에선 혼잡이 빚어졌다.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해에만 방문객 900만 명이 찾은 관광 명소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부터 유럽까지 전 세계 유물과 예술 작품 3만3,000점을 전시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내에서 박물관 도난 사건이 잇따르면서 귀중품 보호에 대한 보안 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선 지난달 60만 유로(약 10억 원) 상당의 희귀 금 원석 표본들이 도난당했다. 지난달에는 리모주시의 아드리앵 뒤부셰 국립도자기박물관도 도난 사건을 겪은 바 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전문 절도단의 소행으로 보고, '조직범죄단에 의한 가중절도 및 중범죄 공모'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X에 "루브르에서 벌어진 도난은 우리가 아끼는 역사적 유산에 대한 공격"이라며 "범인들을 반드시 잡고 유물을 되찾을 것"이라고 적었다. 박물관 측은 성명을 통해 "이 유물들은 시장 가치를 넘어 헤아릴 수 없는 유산이자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