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권남용·허위 증언"
"범죄사실 소명됐고 증거인멸 가능성 판단"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지난 7월 구속에 실패했던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해서도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대대적인 신병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은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과 관련해 그동안 집중적인 수사를 이어왔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5명에 대해 오전 9시 40분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이들이 공모해 채상병 순직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등 범행을 저지르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사건 관련 재판에 출석해 유죄 선고를 목적으로 허위증언한 혐의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특검보는 "이 사건은 작전 중 사망한 해병의 사인을 밝히고자 한 해병대 수사단의 정당한 업무에 대해 대통령 참모들, 국방부 관계자, 군 관계자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외압을 행사한 중대 공직범죄사건"이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주요 피의자 5명은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되며, 증거인멸 등 가능성이 있어 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로 포함한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연락을 받은 뒤 사건 기록의 민간 이첩 보류 등 '실질적 수사외압 지시'를 내린 핵심 당사자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회의' 직후인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 대통령실 전화를 받고 이첩 보류 등 문제의 지시들을 내렸다.
박진희 전 보좌관과 유재은 전 관리관은 순직사건 이후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빼도록 외압을 가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이 확보한 박 전 보좌관과 김진락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의 통화기록 등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은 사건기록 재검토를 맡은 김동혁 전 단장에게 60여 차례 연락해 '이 전 장관 뜻'이라며 혐의자 축소 등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유 전 관리관은 2023년 7~8월 순직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차례 연락해 '혐의자와 조사 내용을 축소하라'는 취지의 국방부·대통령실 뜻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단장은 국방부검찰단 수사인력이 경북경찰청에 넘어간 순직사건 조사기록을 위법하게 회수하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로 입건해 부당하게 수사·기소하도록 지휘한 혐의를 받는다. 그 결과 국방부 조사본부는 회수 기록을 재검토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 8명 중 임 전 사단장 등을 제외하고 최종 2명만 경찰에 다시 이첩했다.
특검팀은 김계환 전 사령관에 대해 올해 7월 모해위증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번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추가했다. 김 전 사령관은 이 전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이후 국방부 관계자들의 수사기록 수정 요구를 박 대령에게 전하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