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태우 300억 뇌물 의심" 결론에도… 검찰 수사 '산 넘어 산'

정준기 기자
입력
수정 2025.10.17.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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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 은닉 수사 명분 커졌지만
뇌물부터 시효 남은 은닉 정황까지
오래전 사건 입증 여전히 쉽지 않아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18일 비자금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에 대해 '뇌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 비자금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다만 본격 수사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300억 원이 뇌물인지 명확히 밝혀야 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범죄수익 은닉 정황도 입증해야 하지만, 오래된 사건의 특성상 증거 확보에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직무대리 이희찬)는 전날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사건 판결문 취지를 분석 중이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과 관련해 "(해당 비자금은) 규모나 전달 시기에 비춰 노 전 대통령이 재직 기간(1988~1993년)에 받은 뇌물이 출처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난 비자금 300억 원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5·18재단 등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옥숙 여사, 아들 재헌씨, 딸 노 관장, 그리고 최태원 회장 등을 범죄수익 은닉 및 조세포탈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게 고발 내용이다. 수사팀은 지난해 말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비자금 관련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 의혹의 경우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나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이 모두 사망한 데다 30년 이상 시간이 흐른 만큼,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포착하는 게 수사팀의 핵심 과제다.

300억 원이 범죄수익으로 의심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수사 명분은 더욱 커졌다. 다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해당 자금에 대해 '누구로부터 어떤 경위로 제공된 뇌물인지' 판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수사하려면 일단 해당 자금이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밝혀내야 한다. 결국 뇌물 정황부터 범죄수익 은닉 정황까지 모두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자료까지 조사해야 하는 만큼 만만찮은 과제다. 범죄수익 은닉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은닉 행위를 찾아낼 경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의 최근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하면서 수사 가능한 대목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계속 수사 중"이라면서 "진척 사항 등 구체적 수사 상황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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