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체계 도입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환경(E)과 사회(S)에 대한 기준 없이 지배구조(G) 평가 항목만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안보 및 윤리적 기준 강화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다는 게 방사청 입장이지만, 시험장과 사격장 등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지역에 대한 환경 및 사회공헌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면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방산기업 윤리경영체계 도입 지원방안 연구’ 문건에 따르면, 방사청은 연구용역을 통해 다음 달까지 ESG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80여 개 방산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다. 주요 수출국의 요구로 국내 방산기업에도 ESG 제도 도입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사청 계획을 두고 ①뒤늦게 제도를 마련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②ESG 세 항목 중 환경과 사회기여 영역이 제외된 기준이 검토되면서 방사청 안팎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20년 6월 그린 택소노미(EU Taxonomy) 가이드를 발표하는 등 세계적 추세를 따라는 모양새인 데다, 평가 기준도 지배 구조만 명시해 둬 행정편의적 발상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수출 효자’로 여겨지는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시험 무대로 꼽히는 경기 포천시와 강원 양구군, 충남 태안군 등에선 납이나 구리 검출 등에 대한 환경 평가는 물론 주민들 불편에 따른 보상체계도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백 의원은 "지난 3, 4년간 철강·석유화학·바이오 업계는 생존을 위해 정부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몰두할 때, 방산기업들은 K방산 수출성과 200억 달러 달성이라는 수치에만 매몰돼 환경, 사회적 영역에 대한 미래 생존전략을 내버려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이 K방산 수출이란 단꿈에 취해 있기보다 제도적 미비를 보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