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격침 이어 영토 타격도 위협
마약 차단 구실로 정권 교체 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에 남미 베네수엘라 내 비밀 공작을 승인했음을 확인하고, 선박에 이어 영토까지 때릴 수 있다고 베네수엘라를 위협했다. 마약 밀매 차단을 구실로 이웃나라 정권 교체 작업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터무니없지 않은 질문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CIA가 베네수엘라 내에서 작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다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를 보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미국 NBC방송은 “보기 드물고 전례 없는 최고사령관의 인정”이라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승인으로 CIA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및 그의 정부, 마약 밀매업자 등을 상대로 인명 살상을 포함한 비밀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CIA가 구체적인 작전을 계획 중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CIA가 마두로를 제거할 권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질문에는 답하고 싶지 않다. 터무니없는(ridiculous) 질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어 “사실 터무니없는 질문은 아니지만 내가 대답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질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여운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범죄자와 마약이 미국에 유입된다며 작전 승인 이유를 댔다.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거래로 이익을 챙겨 왔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비난이다.
입맛에 맞는 이웃 정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대응 강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군은 지난달부터 베네수엘라 연안 인근 공해에서 5차례 선박을 폭격해 27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공격받은 선박들은 모두 마약 운반선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인데, 그는 “배를 격침시킬 때마다 우리는 (마약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는) 2만5,000명 미국인의 생명을 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영토까지 잠재적 군사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정확히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지금 확실히 육지를 보고 있다. 해상은 우리가 아주 잘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보 기관과 군을 동원한 베네수엘라 압박은 일단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말 연방의회에 마약 밀수 집단을 ‘비국가 무장 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의 행위가 ‘미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 목표는 마두로 정권 축출이다. NYT는 “CIA 등이 동원된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전략은 마두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게 목표”라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IA 작전 승인은 수십 년 만에 카리브해에서 미군이 가장 큰 규모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와중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겁을 줘 마두로 정권을 내쫓으려는 의도의 무력 시위 성격도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