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내외 수장가 7인 컬렉션 소개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신념으로 일제 강점기 문화유산을 지킨 간송 전형필의 컬렉션은 당대 숨은 수장가들의 헌신으로 완성됐다. 조선의 문신 민영익, 독립운동가 오세창,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 등 간송 컬렉션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 근대 수장가 7인을 소개하는 기획전 '보화비장(寶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이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17일부터 열린다.
전시는 7인의 수장가를 기준으로 이들이 선별해 보관한 40점을 소개한다. 이 중 국보 4건, 보물 4건이 포함됐다. 1930년대에 등장한 수장가들은 당시 조선 미술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인에 대항해 '조선 문화 찾기'의 일환으로 미술품 수집에 나섰다.
전시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서화를 모은 민영익의 '천심죽재(千尋竹齋) 컬렉션', 한국 서화사를 기록한 오세창의 '천죽재(天竹齋) 컬렉션', 조선 최후의 궁중화가로 불리는 안중식의 수장품을 물려받은 안종원의 '경묵당 컬렉션’, 조선의 숨은 수장가였던 김재수의 '숭고재(崇古齋) 컬렉션' '일장기 말소 사건'을 일으킨 조선중앙일보의 실질적 사주였던 윤희중의 '적고각(積古閣) 컬렉션', 조선의 마지막 내관 이병직의 '고경당(古經堂) 컬렉션', 일본 거주 영국 변호사 존 개즈비의 '고려자기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비록 수장가에게 집중된 전시지만 작품의 면면도 귀하다. 개즈비 컬렉션으로 국보로 지정된 '청자 상감연지원앙문 정병'을 비롯해 고려 자기 9점이 소개된다. 고려 청자에 애정이 깊었던 개즈비는 영국과 일본의 전쟁이 임박하자 자신이 모았던 고려자기 20점을 값을 더 쳐 준 일본인 수장가 대신 전형필에게 건네 고국으로 돌려보냈다고 전해진다.
이병직이 소장했던 추사 김정희의 절필작 ‘대팽고회(大烹高會)’도 만날 수 있다. 대팽고회는 김정희가 71세 때 생애 마지막으로 쓴 글씨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심산 노수현이 1946년 전형필에게 그려 준 '무궁화'도 처음 공개된다. 무궁화를 그리고 애국가의 후렴을 적어 넣은 비단 위 채색화로,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 전형필에게 헌사하는 의미를 담았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이병직·윤희중 등 수장가들 일부는 독립운동을 지원한 이력도 있다"면서 "민족 문화를 지키려는 수장가들의 방향성을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간송미술관의 기념전시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방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