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 전 대사도 급파..."교민 구출 경험치 필요"
한국인 대상 범죄 빈번 지역에 '여행 금지' 발령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대응을 위한 정부합동대응팀(이하 대응팀)이 15일 캄보디아 현지로 출발했다. 정부는 지난해 레바논 교민 구출 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했던 고위 외교관도 캄보디아에 급파하기로 했다.
대응팀은 이날 오후 6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출국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법무부와 경찰청, 국정원 등 관계 부처 인력이 대응팀에 포함됐다. 김 차관은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만큼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응팀은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캄보디아 정부와 공식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재 연락두절 상태이거나 생사나 안전이 불분명한 한국인 80여 명의 실제 체류 여부, 소재지 파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8월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 사건에 대한 캄보디아 당국의 적극적 수사를 촉구하고 부검·유해 운구 절차, 공동 조사 실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응팀은 캄보디아 정부와 온라인 스캠(사기) 등 범죄 연루 혐의로 구금된 한국인 송환에 관한 협의도 벌일 예정이다. 구금 중인 한국인은 59명으로 파악된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 송환 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의 국내 송환을 위해 전세기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대응팀 파견과는 별개로 박일(57) 전 주레바논 대사를 '캄보디아 취업사기·감금 피해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임명해 현지에 파견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공격으로 중동 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해 10월 박 전 대사는 공군 공중급유 수송기 편으로 현지 한국 교민 97명을 구출하는 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실상 전쟁 중이었던 레바논과 캄보디아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특수 상황에서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데려온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사는 '대사 공석' 상태인 주캄보디아 대사관 업무도 당분간 맡는다. 한국인 범죄 연루 상황 파악을 위해선 캄보디아 당국과 수시로 연락하고 때로는 압박해야 하는데, 대사가 공석인 상태에서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외교부는 이날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급증한 지역인 깜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 등에 16일 0시를 기해 여행경보 4단계 '여행 금지'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에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등 관련 규정에 의거해 처벌받을 수 있다. 시아누크빌주에 대해선 '출국 권고'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3단계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