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숨진 지 1년 지나 사과한 MBC... 유족 "제도 개선 지켜볼 것"

강유빈 기자
입력
수정 2025.10.15. 오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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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공간 마련·제도 개선 등 합의
유족 "알맹이 없는 선언 그쳐선 안 돼"
안형준 MBC 사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의 명예사원증을 어머니 장연미씨에게 전달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MBC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1개월 만이다.

MBC 사장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드린다"



안형준 MBC 사장은 15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유족 측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꽃다운 나이에 이른 영면에 든 오씨의 명복을 빈다”며 “헤아리기 힘든 슬픔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온 어머님을 비롯한 유족께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합의는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어야 한다는 문화방송의 다짐”이라면서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더 나은 일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형준 MBC 사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2021년 MBC에 입사한 오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서 내용을 통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올 2~5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사회 통념에 비추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선배들의 괴롭힘 행위가 반복돼 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비정규직 프리랜서였던 고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족 "요안나와 제도 개선 노력 지켜보겠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 어머니 장연미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받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단상에 오른 오씨의 모친 장연미씨는 안 사장으로부터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전달받고 눈물을 흘렸다. 장씨는 지난달 8일 MBC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 표명, 고인의 명예 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 및 노동조건 개선 등을 촉구하는 단식에 나섰고, 이달 5일 잠정 합의에 이르며 농성을 중단했다. 장씨는 “딸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곡기를 끊었다”면서 “비정규직 제도 개선의 무게와 방송사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지만, 알맹이 없는 선언으로 그쳐선 안 된다. 하늘에 있는 요안나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진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에서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예진 기자


이날 서명한 합의안에 따라 MBC는 고인의 2주기인 내년 9월 15일까지 본사 내 추모 공간을 마련한다. 또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인 ‘기상기후전문가’를 신설해 날씨 관련 보도를 맡길 예정이다. 다만 유족 측은 새 제도 도입으로 기존 기상캐스터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선 안 된다고 요구하며 현직자 불이익 방지 내용을 합의에 포함시켰다.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은 “현재 고용돼 있는 기상캐스터는 계약 기간까지 근무한 뒤 처우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프리랜서도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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