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공급 기업 재고량 역대 최저치
가격도 6년 8개월 만에 6달러 돌파
AI 서버 수요 등 가격 변동률 빨라져
"2027년 사이클 정점 더 지속될 듯"
트럼프 반도체 품목 관세 등 변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점유율 높여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활을 발판으로 3분기(7~9월) 영업이익 12조 원이라는 호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10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돼 반도체 업계가 '슈퍼사이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메모리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미국 기업 오픈AI가 이끄는 700조 원 규모 초대형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등 빅테크 기업의 대형 AI 투자가 예정돼 앞으로 3년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407560004854)
반도체 슈퍼사이클 조짐은 각종 지표에서 엿볼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생산 판매하는 메모리는 재고가 별로 없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7~9월) 말 D램 공급 기업들의 평균 재고량은 재고 3.3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 2018년보다도 낮다.
메모리 가격도 상승세다. 범용 D램(DDR4 8Gb) 가격은 1월 1.4달러에서 9월 말 6.3달러까지 올랐다. 범용 D램 가격이 6달러를 넘은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지난달 낸드의 가격도 10% 이상 뛰었다.
더욱이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AIDC)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고성능 메모리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삼성전자는 스타게이트에 필요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공급을 책임지기로 오픈AI와 이달 초 합의했다. 또 협력 관계를 이어온 AMD가 오픈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도 늘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오픈AI에 공급하기 위해 월 최대 90만 장 규모 HBM 생산 역량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긍정 신호들이 켜지면서 반도체가 한동안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사이클이 2028년 정점에 도달하고 그때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년에 실적 두 배 될 것"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한국거래소가 'AI 반도체 시장 전망'을 주제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8년 데이터센터 투자액이 1조 달러(약 1,427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AI 반도체 투자가 그때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이란 보고서를 통해 "HBM을 둘러싼 기회가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일반 메모리칩의 가격 변동률의 변화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며 사이클의 정점으로 2027년을 꼽았는데 이보다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을 점친 것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 출신인 노 센터장은 "이 시기에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도 3년 동안 최소 두 배 이상 좋아질 여지가 있다"며 반도체 성능에 영향을 주는 트랜지스터 수와 AI 가속기 등에 탑재되는 HBM 용량이 현재보다 2.5배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는 "2028년까지 실적 가시성이 매우 높아 현시점의 고평가 논란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낙관했다.
다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의 희토류 제한 등 여러 불확실성이 변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가 여전히 적자고 대만 TSMC로 몰리는 미국 빅테크(엔비디아·구글·애플 등) 수요를 가져오는 숙제가 남아 있다"며 "HBM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