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단계 하마스 무장해제 언급 안해
이집트, 하마스 개방된 국경 넘을까 불안
“진짜 고비는 ‘가자 평화구상’ 2단계부터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맞교환(1단계)으로 가자전쟁 종전을 향한 첫 관문을 넘었지만 중재에 나섰던 아랍 지도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하마스 무장해제’를 골자로 하는 2단계 평화구상부터가 가장 큰 난관이기 때문이다.
이날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를 주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을 떠나면서 더 복잡한 과제는 이집트와 카타르를 포함한 아랍 지도자들 몫으로 남게 됐다는 이야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을 떠나면 아랍 중재국들은 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라는 더 까다로운 세부사항을 해결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가자 평화구상’ 3단계는 크게 △인질-수감자 맞교환(1단계) △하마스 무장해제 및 이스라엘군 철수(2단계) △가자지구 재건과 팔레스타인 체제안정화(3단계)를 담고 있다. 문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이행에 따른 전쟁 중단을 자축했을 뿐, 후속 단계 이행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명식에 불참했다. 이들 중재국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1단계 합의가 포함된 휴전 문건에 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나이프 아랍안보과학대 강사 아지즈 알가시안은 “세계는 가자전쟁 종전과 관련해 미국의 지지를 얻는 것에는 성공했다”면서도 “앞으로 세부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미국의 영향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장기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집트, 하마스 개방된 국경 넘을까 노심초사
가장 머리가 복잡한 쪽은 이집트다. 1단계 합의가 이행되면서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한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과 식량 반입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는 유일한 아랍국이다. NYT는 “이집트는 이 국경을 통해 팔레스타인 난민이 유입되는 것을 원치 않으나, 이스라엘을 도와 팔레스타인을 쫓아냈다는 비난도 받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난민들과 함께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이스라엘이 이집트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라는 2단계 합의 이행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 싱크탱크인 알 아흐람 정치전략센터의 아이멘 압델 와합 부소장은 “합의 1단계는 사실상 어려움이 없었다. 이집트는 합의 2단계에서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군사작전 아직 안 끝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아직 작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걸리는 대목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부르주 오즈첼릭은 “이스라엘은 여전히 자국 안보를 이유로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날 공개된 NYT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포괄적 합의에 대한 준비가 안 돼 2단계 합의 이행이 쉽지 않다”고 밝힌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1단계 후속조치로 국제 안정화군을 창설해 하마스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