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 "北, 3대 대미 타격 국가"발언에
조현 외교 "개인 의견...충정에서 나온 얘기" 옹호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13일 국정감사에서도 각 부처 장관들이 한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는 모습을 또다시 노출했다. 핵심 현안에 대해 각 부처 간 이해도 차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외교·국방 장관은 한미 간 핵심 현안인 '동맹 현대화' 문제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모두발언을 통해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미국에 전달했다"며 "미국 측은 이를 환영하며 한미 간 확장 억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미 간 핵심 안보 협력 사항으로 부상한 '동맹 현대화'는 대북 억제에 주력했던 주한미군 전력을 중국의 위협 등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춰 재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맹 현대화에 대한 의지를 미국에 전달했다는 조 장관 발언은 이 같은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에 대한 한미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동맹 현대화 작업의 또 다른 핵심 부처인 국방부의 안규백 장관은 같은 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안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1일 방한 중이었던 대니얼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의 임무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모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의견이 무엇이냐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장관은 "대한민국 입장에선 한반도와 북한 위협에 대해 최우선적 목적을 두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맹 현대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협의에 나설 두 핵심 부처 장관 사이 온도 차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외교·안보 라인 건건이 이견 노출
외교·안보 부처 수장 간 엇박자 메시지 노출은 최근 부쩍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안 장관은 "북한이 지속하는 군사훈련을 우리만 멈출 순 없다"고 밝혀, "군사분계선 일대의 실기동 훈련을 중지하는 게 맞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의견을 공개 반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남북은 사실상의 두 국가"라는 정 장관 발언과 "정부는 두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이 충돌하며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간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까지 불거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조 장관이 정 장관 발언을 수습하려 애쓰는 장면도 나왔다. 조 장관은 "북한이 대미 타격 가능 3대 국가"라는 지난달 29일 정 장관의 발언에 동의하냐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정 장관의) 개인 의견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정부 입장과 자꾸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남북관계에서 브레이크스루(돌파구)를 만들고 싶은 충정에서 나오는 얘기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재명 정부 안에서 자주·동맹파 간 갈등이 있다는 지적에 "자주파, 동맹파 이런 것은 없다, 오로지 실용파와 국익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외교안보 라인이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펴도록 동맹파를 더 압박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