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동맹 현대화 추진", 국방 "주한미군 조정, 동의 못해"...또 엇박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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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라인 엇박 메시지, 국감서 또 노출
정동영 통일 "北, 3대 대미 타격 국가"발언에
조현 외교 "개인 의견...충정에서 나온 얘기" 옹호
8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의 한-베트남 공동언론발표에 배경훈 과기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김정관 산자부 장관, 위성락 안보실장(왼쪽부터)이 배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5.08.11.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13일 국정감사에서도 각 부처 장관들이 한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는 모습을 또다시 노출했다. 핵심 현안에 대해 각 부처 간 이해도 차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외교·국방 장관은 한미 간 핵심 현안인 '동맹 현대화' 문제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모두발언을 통해 "동맹 현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미국에 전달했다"며 "미국 측은 이를 환영하며 한미 간 확장 억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미 간 핵심 안보 협력 사항으로 부상한 '동맹 현대화'는 대북 억제에 주력했던 주한미군 전력을 중국의 위협 등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춰 재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맹 현대화에 대한 의지를 미국에 전달했다는 조 장관 발언은 이 같은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에 대한 한미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동맹 현대화 작업의 또 다른 핵심 부처인 국방부의 안규백 장관은 같은 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안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1일 방한 중이었던 대니얼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의 임무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모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의견이 무엇이냐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장관은 "대한민국 입장에선 한반도와 북한 위협에 대해 최우선적 목적을 두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맹 현대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협의에 나설 두 핵심 부처 장관 사이 온도 차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외교·안보 라인 건건이 이견 노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 후 대화하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외교·안보 부처 수장 간 엇박자 메시지 노출은 최근 부쩍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안 장관은 "북한이 지속하는 군사훈련을 우리만 멈출 순 없다"고 밝혀, "군사분계선 일대의 실기동 훈련을 중지하는 게 맞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의견을 공개 반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남북은 사실상의 두 국가"라는 정 장관 발언과 "정부는 두 국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이 충돌하며 이른바 '자주파·동맹파' 간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까지 불거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조 장관이 정 장관 발언을 수습하려 애쓰는 장면도 나왔다. 조 장관은 "북한이 대미 타격 가능 3대 국가"라는 지난달 29일 정 장관의 발언에 동의하냐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정 장관의) 개인 의견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정부 입장과 자꾸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남북관계에서 브레이크스루(돌파구)를 만들고 싶은 충정에서 나오는 얘기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재명 정부 안에서 자주·동맹파 간 갈등이 있다는 지적에 "자주파, 동맹파 이런 것은 없다, 오로지 실용파와 국익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외교안보 라인이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펴도록 동맹파를 더 압박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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