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왕성' 부소산성서 대형 얼음저장고 흔적 발견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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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3. 오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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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 내 빙고 첫 발견... "강력한 왕권"
충남 부여군 부소산성 17차 발굴조사 현장에서 발굴된 빙고 흔적(가운데).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충남 부여군에 있는 백제 최후의 왕성 부소산성에서 대형 얼음저장고인 빙고의 흔적이 처음 발견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소산성 17차 발굴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17차 조사가 진행된 구역은 부소산성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군창지(조선시대 군용 식량창고)의 동쪽이다.

해당 구역에서 발견된 빙고의 평면은 사각형, 내부 단면은 U자형이다. 규모는 동서 약 7m, 남북 약 8m, 깊이는 2.5m이다. 초기에는 암반을 파서 벽으로 사용하다가 남쪽 벽에 돌을 세워 공간을 축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닥 중앙엔 길이 230㎝, 너비 130㎝, 깊이 50㎝로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남쪽에는 할석(깬 돌)을 채운 시설을 만들었다. 이는 빙고 안에서 생겨난 물을 배수하기 위한 물 저장고(집수정)로 보인다.

부소산성 빙고 흔적 근처에서 발견된 지진구(위 사진)와 지진구 안에 있던 동전.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빙고 인근에선 '지진구'도 발견됐다. 지진구는 건물을 짓기 전 토지신에게 건물과 대지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묻는 상징물이다. 지진구로 사용한 항아리는 직각 형태로 목이 짧고 구슬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뚜껑으로 덮여 있다. 안에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널리 쓰인 중국 동전 오수전 5점이 확인됐다. 주변에 있는 빙고의 성공적인 축조를 기원하기 위해 묻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발견된 백제 시대 빙고로는 △한성 백제기의 세종 나성동 유적 △웅진 시기의 충남 공주시 정지산 유적 △사비 시기의 부여군 구드래 유적 등이 있다. 구드래 유적은 부소산성에서 서쪽으로 약 1㎞ 떨어진 백마강가에 있다. 부소산성에서 빙고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측은 "빙고는 얼음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특수시설로 강력한 왕권과 국가 권력이 있어야만 구축·운영할 수 있었던 특별한 위계적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이날 부여군과 함께 군창지 서쪽 지역에서 18차 발굴조사를 개시해 부소산성 발굴조사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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