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업 실적 위축 겹친 여파
수출입은행 한계기업 대출도 4조 육박
한계기업은 차입 의존…다른 기업 투자 위축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에 내준 대출이 65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악화된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이 같은 자금 공급이 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6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은행)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회에 제출한 '한계기업의 거래 규모'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이 한계기업에 대출한 자금은 총 65조5,490억 원에 달한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에 못 미치는 기업이다. 즉 1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기업이라는 얘기다. 이들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은 기업은행이 22조3,705억 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16조1,037억 원), 하나은행(13조6,563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의 한계기업 대출도 4조 원에 육박한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수은에서 제출받은 한계기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수은의 한계기업 대출은 총 141개 기업에 3조9,026억 원에 달한다. 부실은 현실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6곳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으며 23곳은 회생절차, 6곳은 워크아웃, 2곳은 자율협약 단계를 밟고 있다.
은행권의 한계기업 대출 증가는 기업 경영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감기업(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7.1%로, 2023년 말(16.4%)보다 0.7%포인트 커졌다. 2021년 14.9%를 기록한 뒤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금리 상승의 여파로 기업의 이자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부동산 경기 위축과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계기업 대상 대출은 그 자체로 은행에는 부실 위험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면서 한계기업도 구조조정 대신 차입에 의존해 생존을 유지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그만큼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업종이나 업력 등 기업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임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는지, 기업의 투자 단계는 어떤지, 제조업이면서 계속 적자만 보는 것은 아닌지 등을 정교하게 따져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대신 기술력이 확인된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