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세우고 떠밀고… '항명 딱지'에 흔들리는 특검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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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 '조속 복귀' 요청하자
민주당 '항명' 딱지 붙이고 "징계하라" 압박
"책임질 검찰 구심점 없어 떠밀려" 목소리도
정성호 "검사들 불안하지 않게 잘 정리할 것"
'수사 매진' 마음 다잡지만 안팎 상처 남을 듯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 현판. 뉴스1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들이 '조속한 검찰 복귀'를 요청하자 정치권과 검찰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에 '집단 항명' 딱지를 붙이고 "징계하라"고 몰아세웠다. 검찰 일선에선 "검찰개혁에 대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구심점이 없어 파견 검사들이 떠밀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팀은 전날 파견 검사들이 민 특검에게 "진행 중인 사건들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향후 업무 방향을 논의했다. 파견 검사 상당수는 입장문이 심란한 수사팀의 상황을 민 특검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1차 수사기간(90일) 만료를 앞두고 추가 수사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일부 파견 검사들이 '진행 중인 것만 마무리하고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파견 검사 40명 전원의 뜻을 모아 전달했다는 것이다.

파견 검사들은 특검 수사가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완전 분리라는 검찰개혁 방향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수도권의 한 검찰청 간부는 "특검 초기에는 파견 검사들을 향해 '출세를 노리고 간다'는 눈총도 있었는데, 이후 검찰청이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면서 "폭증하는 민생 수사로 업무가 마비된 현장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파견 검사들은 남은 수사에는 충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적부심은 물론 건진법사 관련 사건 공판에도 파견 검사들이 대거 참석해 업무를 이어갔다.

여당은 파견 검사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고검장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에 대해 "집단적, 정치적 성격이 강해 공무원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형사처벌 대상이고 징계 사유"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를 향해선 "확실한 조치를 하고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파견 검사들에 대한 감찰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파견 검사들이 '태업은 없다'고 밝힌 데다,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 표명을 문제 삼아 징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이날 "검찰 내부에 큰 동요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오해"라면서 "파견 검사들은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고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친정인 검찰과 관련해 정부조직법이 통과됐으니 불안한 점이 있는데, 검사들이나 수사관들이 불안하지 않게 잘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으로 검찰 내부도 어수선해졌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지휘부가 검찰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면 파견 검사들이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검찰 내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는 파견 검사들이 의견을 표출하게 된 것 같다"면서 "검찰 내부의 혼돈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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