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감축계획·자구노력 안 보여"
"지금이 사업재편 마지막 기회" 압박도
금융권이 석유화학산업재편을 위한 '구조혁신 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지원 대상 기업과 금융지원 방식 등의 틀을 마련했다. 업계에서 아직 '과잉공급 해소'를 위한 세부 개혁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구체적인 그림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은행연합회와 금융당국은 30일 17개 은행, 4개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산업 구조혁신 지원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8월 21일 석유화학산업재편 지원을 위한 금융권 간담회 이후 논의한 금융지원 원칙을 정한 것이다.
협약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이 주채권은행에 구조혁신 지원을 신청하면,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채권을 보유한 채권은행들과 자율협의회를 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기업이 사업재편계획과 재무운용계획을 제출하면 공동실사를 통해 실효성, 타당성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자율협의회는 채권액 기준 4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원칙적으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승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기활법은 공급과잉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재편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를 주는 제도다. 다만 아직 기활법 승인을 받은 석유화학 대기업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법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하는 등 구조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이 있다면 채권단이 동의를 할 경우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연체나 부도 등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기업이어야 지원 대상이 된다.
채권은행들은 원칙적으로 사업재편이 종료될 때까지 현재의 금융조건을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이자율 조정 등을 지원하고, 필요시에는 신규자금을 지원하되 우선변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권이 지원 준비를 마친 상황이지만 아직 석유화학 업계의 구체적인 응답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산업단지별, 기업별 구체적 감축계획과 자구노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압박했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은 이번 협약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고, 이제 산업계 차례"라며 "시장에서 석화산업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고 기업의 의지와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재편 그림을 조속히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근본적 경쟁력 약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의 구조개편 지원에 발맞춰 금융권 자율협약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번 협약으로 금융권과 산업계가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