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나들이 갈 때 밝은 색 긴팔 긴바지 입으세요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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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가을철 진드기 늘어 감염 위험 커져
풀밭엔 돗자리 깔고, 기피제 사용을
피부 접힌 부위에 진드기 있나 확인
게티이미지뱅크


선선한 날씨에 길게 이어질 추석연휴를 앞두고 나들이를 준비하고 있다면 ‘진드기’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을이 되면 개체수가 늘면서 진드기를 통해 옮는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늘 수 있어서다. 치명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폐렴이나 급성 신부전, 뇌수막염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볼 게 아니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쯔쯔가무시증 환자는 총 2만8,762명 발생했다. 그중 50세 이상이 전체 환자의 91.9%를 차지한다. SFTS 역시 같은 기간 환자 1,143명 중 93.6%가 50세 이상이다.

두 질환 모두 진드기를 통해 감염된다. 쯔쯔가무시증을 옮기는 털진드기는 9월 하순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통상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개체수가 가장 많아진다. SFTS를 전파하는 참진드기는 봄(4~5월)에 활동을 시작하지만, 가을철(9~11월)에 많이 발생한다. 최근 3년간 전체 SFTS 환자의 74.3%가 가을철(9~11월)에 쏠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백신 없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 조심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려 걸린다. 국내에서 환자가 해마다 6,000명 안팎 발생하며, 감염되면 10일 이내에 두통과 발열, 발진, 오한, 림프절 종대(림프절이 정상보다 커진 상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물린 부위에 검은 딱지(가피)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배지윤 이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회복과 완치가 가능하지만, 단순한 감기몸살로 착각해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야외활동 후 털진드기에 물린 자국(가피)이 발견되거나 열흘 안에 발열, 발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기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나 당뇨병·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특히 위험하고, 국내에서도 치료가 늦어져 사망에 이른 사례가 있는 만큼 가벼운 증상이라도 방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모든 털진드기 유충이 쯔쯔가무시균을 갖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진드기에 물렸더라도 발열과 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이 없는 경우엔 경과를 지켜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SFTS는 감염 후 2주 이내에 38~40도의 고열과 메스꺼움, 구토, 설사 증상이 나타나고, 혈소판과 백혈구가 감소한다. 배 교수는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과 혼수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발성 장기부전은 몸 안의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쯔쯔가무시병과 SFTS 모두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 장갑, 모자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기 △진드기가 잘 보이도록 밝은 색 옷을 입기 △풀밭에 직접 앉거나 눕지 말고 반드시 돗자리를 깔며,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 햇볕에 말리기 △진드기 기피제 사용하기 △등산로를 벗어난 산길 다니지 않기 같은 예방수칙을 따라야 한다. 배 교수는 “야외활동 후에는 입었던 옷을 세탁하고, 목욕할 때 무릎과 사타구니, 귀 뒷부분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외활동 후 열 나면 병원으로



쯔쯔가무시증과 SFTS 외에 가을철에 유행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유행성출혈열과 렙토스피라증도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들쥐의 배설물이나 침이 건조되면서 생긴 미세 입자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고열과 오한, 근육통처럼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얼굴과 상체가 붉어지거나 출혈성 발진, 결막 충혈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해지면 단백뇨·혈뇨가 생기고, 내부 장기 출혈이나 급성 신부전으로 진행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가축이나 야생동물의 소변에 포함된 세균이 강이나 지하수, 흙을 오염시키면서 전파되는 질환이다. 오염된 물이나 흙과 접촉할 때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데, 잠복기(7~12일) 이후 발열과 두통, 오한, 종아리 근육통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대부분은 가볍게 지나가 치사율이 1% 미만에 그치지만, 황달이나 급성 신부전 같은 중증 합병증이 발생하면 사망 위험이 5~15% 높아진다. 폐출혈이 동반될 경우 치사율은 30~50%에 달한다.

대한의사협회 감염병대응위원회는 “가을철 야외활동 증가로 가을철 열성질환 발생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다가오는 추석 연휴와 야외활동 기간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선 기본적인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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