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공항 갈 때 "실물 신분증 지참해야"
모바일 신분증도 못 쓰고, 등본 발급도 안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전산망 기능이 '먹통'이 되면서 주말에도 시민들의 일상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 오후 5시 기준 보고서를 통해 "(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마비된) 전산시스템 647개 중 국민이 직접 이용하는 대국민 서비스가 436개이고, 나머지 211개는 공무원 업무용 행정내부망 서비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동이 중단된 대국민 서비스에는 11개 기관의 9만여 개 서비스를 망라해 제공하는 '정부24' 등 생활 밀접 편의 기능들이 포함됐다.
특히, 우체국은 우편과 택배의 자동화 연계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고 계좌 조회 및 입·출금 등 금융과 보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서울 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김모(40)씨는 이날 한국일보에 "돈이 다 우체국 계좌에 있는데 너무 불편하다"며 "월요일까지 복구가 안 되면 카드값이 연체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우체국 계좌에 있는 내 돈은 어떻게 되는 거냐", "어제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우체국 택배로 부쳤는데 제대로 도착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불편과 불안 호소 반응이 줄이었다.
이날 서울 서대문우체국 등의 우체국365 ATM 창구에는 금융서비스가 되지 않는다는 '장애 발생 안내문'이 놓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예금과 보험 등 금융업무가 큰 문제로 인터넷뱅킹, 체크카드 사용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서버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상 영업이 불가능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모바일 신분증 이용 서비스도 중단됐다. 이에 병원이나 관공서에 방문하거나 출국하려던 시민들은 실물 신분증을 지참해야 했다. X(옛 트위터)에는 '어딜 가든 실물 신분증 챙겨라. 모바일 신분증이고 정부 24고 다 막혀서 비행기 못 탈 뻔했다' '티켓 수령해야는데 모바일 신분증 안 돼 난감하다'는 글들이 보였다. 한국공항공사는 공사가 관리하는 14개 공항 홈페이지를 통해 "모바일 신분증과 정부24를 통한 신분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니 공항 이용 시 실물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거나 바이오패스(생체정보 인증)를 이용해달라"고 공지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귀향 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생기고 있다. 버스 및 철도 승차권 발급 과정에서도 다자녀와 국가유공자, 장애인 할인 혜택 신청을 위한 온라인 인증, 등록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우선 역 창구에서 신규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정부 24와 연계된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인증시스템의 만료 기한을 긴급 연장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전날 오후 8시 20분쯤 발생한 대전 국정자원 화재가 발생한 지 22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쯤 완진됐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서버 보호도 병행해야 해 많은 양의 물을 쏘지 못해 내부 온도가 160도에 달하는 등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산실에서 발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2, 3일 정도 소화수조에 담그며 재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 조치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