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영화 ‘엑시트’의 한 장면이다. 주인공 윤아가 건물 옥상에서 소리친다. 구조를 요청하며 급한 대로 'S(···) O(---) S(···)'의 모스부호를 말로 바꿨다. SOS는 어디서나 조난신호로 통한다. 아무 뜻이 없지만 긴 신호음과 짧은 신호음을 결합한 메시지 가운데 가장 간결하고 구분하기 쉽다. 물론 음성이 더 빠르고 편하다. 문제는 서로 딴소리를 하는 경우다. 그래서 헷갈리지 않고 긴급상황을 신속하게 알릴 공용어가 필요했다.
□ 1923년 영국과 프랑스가 그랬다. 런던과 파리를 오가는 항공편이 늘어날 때다. 위기에 처한 조종사들이 주로 "메데(M’aider)"라고 외쳤다. 프랑스어 ‘브네 메데(Venez m'aider·날 도우러 와달라)’의 뒷부분을 뗐다. 메데를 영어로 발음하다가 메이데이가 됐다. 외국어 일부를 착각해 모국어로 인식하는 몬더그린 효과다. 팝송의 ‘All by myself(올 바이 마이셀프)’가 ‘오빠 만세’로 들리는 것과 같다.
□ ‘메이데이(Mayday)’는 1927년 국제 조난신호로 채택됐다. 반드시 ‘세 번’ 연속으로 말해야 한다. 안 그러면 메이 데이(May Day·노동절)와 혼동할 수 있다. 메이데이를 선언하면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다. 당국은 가장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 뉴욕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9년 불시착 당시에도 조종사는 메이데이를 외쳤다. 새떼와 부딪쳐 엔진이 멈췄지만 과감한 동체 착륙으로 탑승객 155명을 모두 살렸다.
□ 공군이 최근 메이데이를 착각해 곤욕을 치렀다. 괌으로 향하던 C-130 수송기가 일본 영공 통과 승인을 받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빙 돌아가기엔 연료가 부족해 가데나 미군기지에 들르려 했는데 조종사는 메이데이 대신 군에서 익숙한 '예방착륙'으로 통보했다. 하지만 일본 민간 관제사는 알아듣지 못했고, 수송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전투기가 출격하는 소동을 빚었다. 포천 전투기 오폭 못지않은 황당한 사고다. 관련자 10여 명이 징계받을 처지에 놓였다. 불필요한 잡음이 더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