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병의원·약국에 3조 재정 줄줄… 환수금 징수율 고작 8%

허유정 기자
입력
수정 2025.09.15. 오후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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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불법개설기관, 과잉처방·불법수술
강력·중대 범죄 밀려, 평균 수사 기간 11개월
수사 장기화 속에 재산도피·은닉 악순환 반복
공단 직접 수사 가능한 '특사경' 도입 필요성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약국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불법개설기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1,775개 기관이 적발됐지만 환수금액 징수율은 8%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거나 이미 운영 중인 사람이 다른 의·약사의 명의를 빌려 개설 및 운영하는 병의원과 약국을 말한다. 건강보험료가 이들 기관의 불법 수익으로 흘러가면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돼 의료 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불법개설기관 환수 결정 금액은 약 2조9,104억 원이었다. 이 중 8.45%인 2,461억 원만 징수됐고 나머지 2조6,643억 원은 미징수 상태다. 기관 종류별로 미징수 비중은 요양병원 1조1,711억 원(44.0%), 약국 6,528억 원(24.5%), 의원 3,959억 원(14.9%) 등이었다.

징수율이 낮은 이유는 수사 장기화다. 공단의 불법개설기관 경찰 수사의뢰 건수는 2020년 65건에서 2024년 415건으로 약 6.4배 증가했지만,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개설기관 수사의 평균 소요기간은 약 11개월에 달했다. 수사가 3개월 이하로 끝난 건 전체의 5%에 불과했고, 최장 4년 6개월이 소요된 사례도 있었다. 수사 인력 부족으로 강력 사건, 중대 범죄가 우선 처리될 수밖에 없는 현실 탓이다. 수사가 장기화되는 동안 불법개설기관은 부당청구를 계속하고 재산 은닉, 도피 등이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 사무장이 한의사 명의로 개설한 한 한방병원은 늘어지는 수사와 재판 속에서 환자 118여 명에게 약 38억 원을 추가로 선결제 받고 잠적했다.

당장 눈앞의 영리가 목적인 불법개설기관은 과잉·불법 진료도 일삼는다. 공단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개설기관과 규모·인력이 유사한 일반 기관을 비교한 결과, 불법개설기관의 외래 환자 항생제 처방률은 일반 기관보다 약 1.5배 높았다. 항생제 오남용은 세균 내성을 유발해 치료를 어렵게 하고 면역력이 낮거나 중증 환자의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의사 명의를 빌린 한 사무장 의원에서는 간호조무사를 성형 전문의로 속여 수술을 진행해 환자 4명이 수술 부위가 곪거나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 등 영구 장애를 입기도 했다.

서울의 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공단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사경은 전문 분야 범죄 수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행정기관 공무원에게 제한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제22대 국회 여야 국회의원 79명이 공동으로 특사경 도입 법안을 발의했고, 새 정부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2027년까지 도입 목표를 명시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수사로 탄압받을 수 있다는 의료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소병훈 의원은 "부당 이득이 제대로 환수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대응하고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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