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상민이 국회 갔으면' 언급" 진술하면서도
'공천 약속' '그림 제공' 의혹엔 "전혀 없었다"
청탁금지법 그친 특검, '대가성' 등 산 넘어야
김상민 전 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수시로 검찰 동향을 보고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검사의 동향 보고는 윤 전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부정청탁' 의혹과 배치되는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실제로 김 전 검사는 동향 보고 활동을 언급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특검팀이 사건 본류인 매관매직 의혹을 입증하려면, 김 전 검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대가성 있는 금품 등 이익을 제공했는지 면밀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9일 김 전 검사로부터 "윤석열 정부 초 윤 전 대통령에게 '김상민 같은 사람이 국회에 가서 더불어민주당과 싸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정치 지형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김 전 검사를 추켜세웠다는 것이다. 김 전 검사는 이후 윤 전 대통령에게 검찰 동향을 보고하는 등 수시로 교류하면서 총선 출마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검사가 대통령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뜻을 품은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럼에도 김 전 검사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놓은 것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반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고가 그림 등을 제공받은 게 아니라면 김 전 검사에게 국가정보원 특별보좌관 자리 등 인사상 혜택을 줄 이유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김 전 검사는 이에 '한참 전부터 대통령에게 인정받은 것'이라고 항변한 셈이다.
김 전 검사는 특검팀 조사에서도 자신과 윤 전 대통령 부부 간 위법한 거래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공천을 약속한 적이 없었고 △지난해 총선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선 윤 전 대통령 의중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게 김 전 검사 측 주장이다. 김 전 검사 측은 한국일보에 "공천을 확신했다면 진작에 옷을 벗고 검찰을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공천 배제(컷오프) 이후 국정원장 특보에 임명된 것은 동향 파악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입장이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초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넸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자신은 김 여사보다는 김 여사 오빠인 김진우씨와 가까운 사이였고, 김씨가 안전하게 그림을 구매할 방법을 찾고 있기에 미술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을 통해 대신 구매해 줬을 뿐이라는 취지다. 김 전 검사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림은 김씨가 갖고 있던 현금으로 구매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은 김 여사에게 제공하려고 구매한 게 아니고 청탁 목적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특검팀 입장에선 이 화백 그림에 대한 김 전 검사 주장을 꺾는 게 중요한 과제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 주장과 달리 그가 구매한 그림이 2023년 2월 김 여사에게 제공됐다고 본다. 다만 김 전 검사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청탁금지법 위반(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 제공) 혐의만 적용했다. 뇌물 혐의를 적용하려면 윤 전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파악돼야 한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경우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정황이 없다면 윤 전 대통령 부부 모두 형사처벌이 어렵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그림을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그림 거래 사실을 알았는지 △그림 제공 전후로 공천 등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 전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예정돼 있다.
부정청탁 여부와 별개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운동 기획) 혐의 역시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김 전 검사 선거운동에 '독려'나 '묵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원한 정황이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1322380005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