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제도 개편은 사법부 책무"
"논의에 사법부 참여 필수" 강조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법원장회의가 12일 정부와 여당의 '사법개혁 속도전'에 공개 우려를 표했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각급 법원 수장들은 "특히,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므로, 그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이 참여하는 사법부 최고위 협의체다. 보통 연말 정기회의로 열려 현안을 정리하지만 올해는 사법개혁 논의 대응을 위해 앞당겨 열렸다.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한 2022년 이후 첫 회의다. 회의에는 이번 회의에 법원행정처장 및 각급 법원 법원장 등 총 42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중 검토된 것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변경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의제다. 전국 37개 법원장은 △설문조사 △기수별 입장 수렴 △온·오프라인 회의 △직접 청취 등으로 취합한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토대로 논의에 나섰다. 회의는 오후 2시부터 7시간 30분간 이어졌다.
사법부 움직임은 계속될 예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5일 '상고심 제도 개선 관련 토론회'를 연다.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계기로 일선 법관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여당 주도의 '사법개혁 속도전'에 대해 우려의 메시지를 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최근 사법제도 개선을 둘러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회와는 물론이고 정부, 변호사회, 법학교수회, 언론 등과 다각도로 소통하고 공론의 장을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사법부는 앞으로도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국민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은 최근 국회의 사법개혁 논의로 동요하는 내부 구성원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속전속결 논의에 몰두한 정치권의 입법 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사법부 의견 수렴의 중요성을 강조한 측면도 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재판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법관 여러분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주시라"고 말했다.
다만 사법부를 향한 따가운 시선에는 자성 입장을 냈다. 그는 "여러 노력에도 사법부가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함을 잘 알고 특히 최근 사법부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보완하며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도 사법부가 본연의 사명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사법개혁 논의 및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은 국민에 달렸고 대한민국에는 권력 서열이 분명히 있다. 국회는 국민 주권을 위임받았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상 정의된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 사법부 구조를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회 역할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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