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한국인 대상 심사 강화 예측
"한국 ESTA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이러다 신혼여행 못 가는 거 아니겠지…"
다음 달 중순 미국 하와이 신혼여행을 앞둔 직장인 구모(33)씨가 한숨을 쉬었다. 호텔과 항공권, 여행 패키지를 환불 불가 조건으로 결제했지만 정작 입국에 필요한 전자여행허가(ESTA)가 제때 나오지 않을까 불안해서다. 구씨는 "출장이나 여행 때마다 ESTA는 하루 이틀이면 문제없이 나왔는데 이번엔 혹시 지연되거나 거절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불법 체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신청서에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업이 있다는 점 등을 꼼꼼히 기재할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체포·구금되면서 미국으로 떠나는 한국인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석방이 타결돼 10일쯤 이들이 귀국 전세기를 탈 것으로 보이지만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 상당수는 ESTA나 단기상용 비자인 B-1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STA는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따라 비자 없이 미국에 방문하기 위해 사전에 허가를 받는 절차로, 매년 최소 수십만 명의 한국인이 이용한다. 승인되면 최대 90일 동안 관광·경유·단기 비즈니스 회의 등 제한된 목적에 따라 체류할 수 있다. B-1은 비즈니스 상담·회의·계약 협상 등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ESTA와 유사하지만 최대 6개월 체류가 가능하고 정식 비자라는 차이가 있다.
이번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앞으로 미국 이민당국이 한국인 대상 ESTA 심사를 강화할 거란 우려가 크다. ESTA를 불법·편법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의심이 커진 탓에 입국 심사 때 답변을 조금만 잘못해도 입국이 거절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매년 3, 4회 정도 ESTA를 이용해 미국 출장을 다닌다는 박모(47)씨는 "터질 게 터졌다"며 "바이어 상담 때문에 가는 거라 문제 될 건 없지만 앞으로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 같아 방문 목적 등을 꼼꼼히 소명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미국 한인 사회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ESTA가 폐지된다는 얘기가 많다" "ESTA가 박탈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한국이 VWP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영국,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 40여 개국을 대상으로 VWP를 제공하는데 이들 국가의 선정 기준에는 미국과의 △대테러 △법 집행 △이민 집행 협력 강화가 포함된다.
다른 비자 소지자들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 학생비자인 F-1은 교내 아르바이트나 공식 인턴십 외 근무를 금지하지만 한인 사업장에서 현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학생이 적잖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유학 중인 박모(25)씨는 "이민당국 직원들이 멕시코인들이 체류 자격이 있어도 고정관념을 갖고 바라보듯 이제 한국인도 언제든 불시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민컨설팅업체 '국민이주' 홍창환 미국 변호사는 "미국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만큼 방문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최대 한 달 이내로 체류하는 것을 권고한다"며 "귀국 항공편과 호텔 등 체류 장소를 제시해 의심을 줄이고 출장 목적이면 현장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반드시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